들 쥐
가수 이장순
들쥐 한 마리 길을 잃고 해맨다.
지친 다리 끌며 끌며
논두렁 흙 냄새 그저 그립지만
싱그런 풀 내음 어디에도 없고
흉뮬스런 자동차 썩은 연기에
하늘 가득 들어찬 찌그러진 냄새
골목길 앞에선 시궁쥐 한 마리
반드르한 몸뚱이 나긋한 꼬리
촌쥐 보고 웃으며 깔깔거리며
이봐요 총각 쉬었다가요
부끄럽진 않지만 낯 간지러워
슬그머니 왔던 길 돌아 가는데
쪼르르 달려와 꼬릴 잡았네
괜찮아 총각 순진도 해라
들쥐 한 마리 짝을 찾아 웃는다.
시골 얘기 들려주며 시골은 좋단다.
하늘도 맑고 논둑에 흘러가는 개울도 맑고
가을에 쌓이는 쌀가마까지
흘린 땀 그 만큼 쌓이는 쌀가마
굳은살 거친 손 굵은 주름살
가뭄 장마 이겨내며 쌀을 만들지
쌀인지 똥인지 알 순 없지만
금뺏지단 양반들이 값을 매긴다.
씨앗 값 비료값 기계 빌린 값
농약 값 적십자 값
도장 든 놈 수고 비 알게 주고
몰래 뺏겨 뭐가 남겠니 그래도 산단다.
흙에 묻혀서 봄 여름 가을을 바쁘게 살다
겨울 한철 발 뻗고 막걸리 한잔
일이 싫어 도망간 년 어찌 많은 지
시골엔 총각이 남아 돈단다
들쥐 한 마리 짝을 잡고 운다.
시골 얘기를 들려주며
들쥐나 시궁쥐나 개만 못하고
개보다 열 배 나은 인간도 많지만
시골 농부 깔보는 도시 사람은
보신탕 집 강아지 보다 나을게 없지
들쥐 얘기 노래하는 개만 못한다.
이런 노래 귀담아 듣는 많이 배운 너
알고 보면 당신도 날 닮았다더라
그럭저럭 살아보자 재밌는 세상
어렵게 꺼냈던 시골 얘기도
가사가 지루해서 끝낼 수밖에
어차피 레코드로 낼 수도 없고
그냥 그냥 이렇게 부르고 산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이장순의 "들쥐"라는 노래가
좋은 가을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유행가 가사는, 세상을 들여다 보는 과거의 창(窓)이라는데
이 노래가 불려지던 시절과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닮았다.
"참으로 오랫동안 변한 것 하나 없는 곳이 시골인가보다"
"하늘도 맑고 논둑에 흘러가는 개울도 맑고" 만 빼고......,
가수 이장순은 노랫말을 통해 지루해서 "레코드는 낼 수도 없고"
걍 부르며 산다더니 "헉, 레코드는 냈구만!."
갖고만 있기 지겨운 농토라도 팔았나!. 귀농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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