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이야기 14 (선비정신)
우리가 말하는 선비는 학식이 높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면서 관직과 재물을 탐하지 않으며 인품이 고결한 사람을 말한다.
대나무의 곧고 단단함을 보면 숭고한 선비를 보는 듯하고 하늘 높이 솟은 모양은 예의바른 군자를 보는 듯하고 속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비운 것을 보면 재물을 탐하지 않는것은 진정한 선비을 보는 것 같다.
또 파죽지세로 쪼개지는 모습을 보면 원칙을 지키는 대장군의 기개를 느낄 수가 있고 사시사철 푸른 모습을 보면 한결같이 변함없는 선비를 상징하며, 시경에서는 대나무를 두고 "훌륭한 저 군자여..."라고 칭하면서 의인화하였고 선비들의 가치를 대(竹)에 비유하였는데 정몽주가 살해된 선죽교나 민영환이 자결한 곳에 돋아난 혈죽은 감히 범접 할 수 없는 선비의 기상과 의리와 절개를 나타내고도 남는다.
선비 뿐만 아니라 동양적 가치인 유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대나무에 눈물 방울 모양의 무늬가 있는 소상반죽(瀟湘斑竹)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중국에서 순(舜) 임금이 죽었을 때 아황과 어영이 소상강가에서 슬피 울다가 그 눈물이 강가에서 자라는 대나무에 뿌려져 생긴 얼룩 대나무가 바로 소상반죽인 것이다.
소상반죽은 남편을 따라 죽음을 선택한 두 자매의 절개와 지조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게 되었으며 후세에 이야기로 전하며 본 받기를 원하는 남성 우월적인 이야기로 현대적 입장에서 보면 조금 씁쓸한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담양의 가사문화권에 있는 소쇄원은 소쇄공 양산보가 어떤 이유로 인하여 관직에 나가기를 원하지 않고 조성한 개인 정원인데 자연 속에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공정원을 만들고 울창한 대 숲을 조성하고 그곳에 은거해버린 곳으로 지금은 경승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지금은 우리나라 정원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에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선비들의 발자취를 가감없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소쇄공 양산보는 자연을 탐하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정원을 만들었고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을 짓고 대나무와 사군자를 심고 절우사(節友四)라고 불렀고 회제 이언직도 경주 안강에 독락당을 짓고 대나무와 소나무를 심어 선비로써 닮고자하며 선비의 기개를 세웠다.
이이 율곡은 물론 탄은 이정과 표암 강세황은 묵죽도를 그리며 선비의 기상을 내세웠고 ,대나무는 매화 소나무와 함께 선비들이 가장 닮고자 하는 나무였고 화제(畵題)가 되었으며, 윤선도의 오우가와 김인후의 자국총, 자탄, 죽(竹) 등 대나무와 연관된 시가 많이 전해지고 있으며 김병연의 죽시는 대(竹)을 인용하여 사회의 현실을 실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화원시험에서 대(竹)를 의무적으로 그리도록 하기도 했으며, 경국대전의 기록을 보면 대를 그린 화원은 대부분 후한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대나무는 선비로써 지켜야할 도리를 비롯하여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며 쪼개지더라도 절대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의 특성을 내세워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나무는 올곳은 정신을 가지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고 높이 자라면서도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자기의 몸뚱아리를 거대하게 키우지 않고도 백년을 넘게 사는 대를 닮아 순간의 물욕이나 영욕을 마다하고 절개를 지키면서 선비의 기상을 지켰던 선비의 정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대나무는 사람들의 심성과 정서를 가꾸어나가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우리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쳤고 청아하고 고고한 품위와 맵시는 물론 매서운 추위 속에서 돋보이는 푸른 기개와 깨끗하게 마음(안)을 비우고도 그 결백함이 맑고 푸르고 곧은 정신은 절개와 청렴과 결백을 생명과 같이 여겼던 우리의 선비정신과 가장 잘 통하는 나무라고 생각한다.
대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영생과 불변을 뜻하고, 유교사상이 활발하던 시대에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사군자의 하나로 불의나 부정과 타협하지 않고 꼿꼿한 선비의 기상을 나타내는 나무로 선비들이나 시인 묵객에게 가장 사랑을 받게 되었으며, 선현들은 “무릇 장부의 기백은 이 대나무와 같아야 한다.”고하면서 시인묵객들의 입에 회자(膾炙) 되었고 급기야 중국의 시성 백거이는 대나무를 현명한 사람 혹은 군자에 비유하며 차군으로 부르기도 했다.
대나무를 칭하는 이름으로는 차군과 군자 이외에도 죽자, 용선, 죽망, 한옥, 세생, 녹경, 청이자, 허증자, 벽란견, 차봉균, 능설처사가 있으며 “대나무의 성질은 곧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세우고 속은 비었으나 비어 있음으로써 도(道)를 체득하고 있으며, 마디는 곧으니 곧음으로써 뜻을 세운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옛날 우리 선현인 선비들은 대나무를 집 가까이에 심어두고 그 품성에 자신을 비추어 보며 제 인격과 행실을 갈고 닦고자 노력했고 마음이라도 흐트러질량이면 대나무를 보면서 정신을 바로 세우기도 했던 율곡, 이황, 이언직이 대나무를 바라보는마음이 곧 선비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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