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풀 나무 이야기

대나무 이야기 4 (관혼상제문화)

깔크막 2010. 2. 23. 00:09

대나무 이야기  4  (관혼상제문화)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관(冠)혼(婚)상(喪)(祭)라는 4가지 예법을 중시하였다.

관례는 어른이 되는 의식으로 남자는 20살이 되면 상투를 틀었고 여자는 15살이 되면 머리에 비녀를 꼽는 의식을 행하였으며, 혼례는 혼인할 때 지켜야하는 예법, 상례는 상중(喪中)에 행하는 예법, 제례는 제사를 지내는 예법을 통틀어 사례 즉 관혼상제라고 한다. 

수(隋)나라 왕통(王通)이 저술한 문중자중설(文中子中說)에 사례에 대하여 언급하였고 소학감주(小學紺珠) 인륜류(人倫類)에서는 사례를 관혼상제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은 관례가 없어졌지만 혼례· 상례· 제례는 여전히 중시되고 있으며, 조선 전기까지는 제가(諸家)의 설(說)이 구구하여 일정한 기준이 없었으나, 영조(英祖) 때의 학자 이재(李縡)가 주문공가례(朱文公家禮)에 근거를 두고 여러 학설을 참작하여 당시의 실정에 맞게 예법을 만들어 사례편람(四禮便覽)을 지었으니, 이후 이것이 사례의 표준이 되었다.

관례는 음력 정월에  길일을 택하여 관자는 3일 전에 사당(祠堂)에 술과 과일을 준비하여 고(告)하고, 친구 중에서 덕망이 있고 예(禮)를 잘 아는 사람에게 빈(賓)이 되기를 청하여 관례일 전날에 자기 집에서 유숙(留宿)하게 하고 당일이 되면 관자· 빈· 찬(贊:빈을 돕는 사람)과 손님이 모여 관건(冠巾)을 차례로 씌우는 초가(初加)· 재가(再加)· 삼가(三加)의 순서가 끝나고 초례(醮禮)를 행한 뒤 빈이 관자에게 자(字)를 지어주었다.

혼례에서 혼인의 혼(婚)자는 혼(昏)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혼례는 어두울 때 행하는 것이 예(禮)였으며, 대대례(大戴禮)라는 책을 보면 관혼(冠婚)은 사람의 시작이라고 했고 혼인은 곧 인륜(人倫)의 시초라는 뜻이다.

또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얼음이 녹으면 농상 (農桑)이 시작되고 혼례를 치르면 사람의 일이 시작된다고 한것으로 보아 혼인 제도는 기원 전부터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례는 사자(死者)를 엄숙하면서도 정중하게 모시는 절차인 만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예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와 민속고유신앙과 유교에 바탕을 두고 상례를 치루었으나 체계적으로 상례는 확립되지 못하고 있었던 즈음에 중국으로부터 주자가례가 들어왔으나 중국의 풍습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대목이 많아았다.

숙종 때 이재(李縡)가 엮은 사례편람(四禮便覽)은 상례를 우리 실정에 알맞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이에 따랐으나 지금은 종교와 지역에 따라 달라져버린 것이 상례이다. 

제례는 원시시대 사람들이 자연 현상과 천재지변의 발생을 두려워 하거나 경외하면서 신령이 있다고 생각하여 신(神)의 가호로 재앙이 없는 안락한 생활을 기원하거나 감사해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탄생된 것이  제사의 기원이며, 나중에 일정한 격식을 갖추었으며 이것이 곧 제례이다.

 

대나무가 관혼상제에 사용된 사례를 살펴보면 궁궐에 출입하는 관례로 쓰는 관모나 보통 사람이 쓰는 갓의 테두리는 대오리를 휘어서 만들었고 관모가 머리에서 떨어지 않도록 하는 역활을 하는 비녀인 죽계는 보통 대나무로 만들었다. 

혼인의 하기로 약속하고나서 신랑의 사주를 적어 신부집에 보내는 사주단자는 구겨지지 않도록 두 가닥으로 쪼갠 청죽(靑竹)을 대고 청홍 홍실로 맨 다음 흔들리지 않게 상자 밑에 넣어 보내고 신부집에서는 혼인날에 싱싱한 댓잎이 달린 대나무에 창호지를 붙이고 그 지역의 수호신 이름을 쓴 깃대를 신행짐에 꽂아서 신랑집 대문까지 호송하였다.
혼례 중에 합근례가 있는데 술을 교환하여 둘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관계를 맺는 상징적인 행위의식이며, 동뢰상(同牢床)이라고도 부르는 대례상(초례상)에 소나무나 대나무 또는사철나무 가지를 꼽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철푸른나무처럼 절개를 지키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하라는 무언의 약속이 담겨있다.

유교에서 정하는 상례 중 상복은 아버지 상 일때는 굵은 삼베로 짓고 단(가위로 옷감을 자른 가장자리)을 꿰매지 않은 상복을 입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복상하고  어머니 상 일때도 굵은 삼베로 지으나 단을 꿰맨 상복을 입고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아들, 며느리, 딸이 복상한다.

상중에 짚는 지팡이를 상장(喪杖)이라고 하는데, 대나무 상장은 참죄복을 입는 사람들이 짚는 지팡이로 대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었을 때 윗쪽이었던 곳을 손으로 잡고 아랫쪽인 곳으로 땅을 짚는데 이것은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으로 아버지는 하늘이며 둥글기 때문에 안과 밖이 둥근 대나무 지팡이를 아버지 상에 짚게 된것이다. 
반면 어머니 상에는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로 만든 상장을 재최복을 입을 때 짚는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아버지의 죽음과 같으므로 동(同)과 음이 같은 오동나무(桐)와 어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과 한가지라는 뜻의 류(類)와 음이 같은 버드나무(柳)로 상장을 만들어 짚었는데 비록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이 같기는 하지만 대나무로 만든 상장을 짚고 복상 할 수가 없으므로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로 상장을 만들되 잡는 방법은 자연의 이치대로 원래 윗쪽의 부분을 둥글게 만들어 하늘을 아래부분은 사각으로 깍아 땅을 상징하며 복상을 했다. 

상여로 출상할 경우에는 상여를 따르는 만장(輓章)이 있는데 만장은 긴 대나무(장대) 끝에 매달아 바람에 나부끼며 장지까지 갔으며 명정은 위아래의 끝에 대를 넣어 잘 펴지게 하여 출상(出喪)전에는 영영 좌의 동편에, 출상 시에는 긴 장대에 달아 영구 앞에서 곧게 세워 진행하였다.

옛날에는 상여가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만장으로 인하여 장관을 연출하였으며, 왕이나 왕비의 국상에는 두꺼운 널로 만든 길다란 우물 정자의 틀에 두 바퀴를 달고 틀 위에 굵은 대로 만든 말을 얹은 것으로 여기에 종이를 발라 잿빛 칠을 한 다음 말총으로 갈기와 꼬리를 붙이고 눈알을 박아 움직이도록 만들어 여사꾼들이 끌게 하였다. 
이것을 죽산마라 불렀고 보통 네 필을 만들어 두 필은 흰빛으로, 나머지 두 필은 붉은빛으로 칠했으며, 이를 죽사마(竹泗馬)라 했으며, 네 필의 말에 각각 안장을 얹은 것을 죽안마(竹鞍馬)라 하여 국장의 위엄을 갖추도록 하였다. 

장지에서 하관을 하면서 석회를 덮을 때 석회가 직접 관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횡대(橫帶)을 덮는데 대나무가 사용되었으며, 우리동네에서도 대나무를 관위에 횡대로 사용을 하는데 이것은 관이 썩으면서 흙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는 목적(대나무가 관보다 썩는 속도가 월등하게 늦음)과 성토를 하면서 흙을 골고루 다져주는 과정에서 관이 파손(관의 두께가 두껍지 않는 것을 사용하는 전통으로)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물론 장지까지 운반되는 상여의 대부분도 대나무로 만들었고 상여를 올려 놓고 어깨에 매고 장지까지 가는 것도 대나무로 만들었는데 이것은 가볍고 탄성이 있어 질기기 때문에 사용하면 상여의 무게를 대폭 줄일수가 있어 대나무가 있는 고장에서는 어디서나 사용하였다.  

한국에서 제례의식은 부여에서 영고라고 부르는 제사를 12월에 하늘에 지냈고 고구려는 동맹, 동예에서는 무천이라는 제사를 지냈던 것이 제례의 시초이며, 마한에서는 소도(蘇塗)라는 신의 영역이 있어 이곳에 솟대를 세우고 북과 방울을 달아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경우은 남해왕이 혁거세묘(赫居世廟)를 세우고 혜공왕과 백제의 동명묘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으며 이때에는 산천에도 같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대나무가 제례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제사를 지내는 재물 중에서 생선은 익으면 쉽게 부서지거나 부러지면서 원형의 모습을 잃어버릴 수가 있는데 이런것을 예방하고 정갈한 제사 음식을 내기 위해서 익히기 전에 생선의 등뼈 방향으로 대나무를 앒게 깎아 집어 넣어 사용하고 있다.

전이나 포를 예쁘게 진설할 때도 대나무를 이용하였고 회갑연이나 제사를 지낼 때 과일을 높게 일정하게 쌓아 진설할 때도 대나무가 사용된다.

또 제기 중에 변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과실이나 건육을 담는 제기로 받침을 높게하여 대나무로 발처럼 엮어 만든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죽은자의 혼을 불러 멈추게 하고 소생시키려는 주술적 의식에는 대나무통에 쌀을 넣어 사자의 귓전에서 흔들어 들려주었고 인도네시아 발리 북부 낀따마니 고원지대에는 바뚜르 호수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고  사는 부족이 있는데 독특하게도 풍장의 장례풍습을 가지고 있는데, 야생동물로부터 사체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위해 울타리처럼 주위에 대나무로 엮은 것 이외에는 완전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자연 수목장을 하는데 골분을 담는 용기도 대나무나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 쉽게 자연친화적인 재질의 것을 사용하고 있고 봉분도 만들지 않고 키가 작은 나무나 화초를 심는다고 한다.

대나무는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생활 깊숙히 뿌리 박혀 있는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나무로 친근하고 쓸모가 많은 나무(산림청)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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