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백암산.입암산 가는 길(09.11.04)

깔크막 2009. 11. 8. 18:52

백암산, 입임산 가는 길(741m)

 

단풍구경을 한다는 핑계와 10월 내내 감기로 산행을 한번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볍고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풍도 아름다운 곳을 가기 위해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을 오르기 위해 남창계곡을 지나 몽계폭포에서 잠시 하곡 선생의 흔적을 찾아보고 10월 내내 가물어 서 인지 폭포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단풍도 비탈에 서 있는 당단풍은 단풍마져 들어보지 못하고 잎사귀가 모두 가지에 붙어 있는 채로 금방이라도 버석거리며 부서져 버릴 것 처럼 말라버렸다.

한 여름에는 하늘을 모두 덮어버리며 위용을 자랑하였던 자귀나무들도 가을 가뭄으로 인해서 일찌감치 모두 잎사귀를 떨어뜨려버리고 시원하게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지구 중에서 단풍하나 만으로 최고의 절경은 백양사의 애기단풍과 11종의 단풍나무가 사는 백암산의 단풍이 최고이겠지만 남창계곡을 따라 산성계곡과 은선계곡이 만나는 지점까지의 단풍도 가히 어디에다든지 명함 정도는 내 놓을 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단풍나무의 단풍과 합다리나무 사람주나무 나도밤나무 검양옻나무의 단풍도 단풍끼리 어울리면 붓으로는 그릴려고 해도 그릴 수가 없는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타는 듯이 붉지만 빨갛지 않고 노랗지만 경박하지 않고 칙칙한 갈색이지만 기품을 잃지 않는 단풍이 있는 곳이 남창계곡이다.

때거리로 피어 무엇이 더 아름답고 화려한지 조차도 알 수 없는 단풍이 수북하게 피는 것 보다  한그루가 피어도 자유 분망하게 빈틈과 여유와 공간을 두고 남들보다 더 화려하지도 않게 혼자서 은근하고 은은하게 역광이라도 받는 날이면 단풍의 아름다움을 가히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해야 할 것이다.

철이 조금 빨라 눈부시게 그리운 단풍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지만 은은하게 물들어 가는 백암산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 주었다.

구암사에서 도집봉을 거쳐 오를 때가 생각나서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지만 비는 올 것 같지 않았고 몽계폭포를 지나 산의 치마자락을 돌듯이 유연하게 이어지는 숲 길을 따라 가면서 오늘은 상왕봉까지만 왕복을 하자면서 절대 무리하지 말자고 산행친구와 다짐을 하는 것은 온전히 나 때문이었다.

산행 친구는 30대 초반이니 미루어 짐작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랫만에 숲 길을 두리번거리지 않고 상왕봉을 향해 산행을 즐기면서 가다보니 평지와 같은 길이 3km도 더 계속되는 것 같았으며 길 가에 이따금 먹이 활동을 한 동물의 흔적도 볼 수가 있었다.

국립공원 측에서 언덕길을 오르도록 옛날에는 나무 계단을 만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자연석을 이용하여 거의 자연에 가깝게 계단을 복구하여 이제는 계단을 오르는 것을 싫어했던 사람들이 계단 밖으로 나가 산행로가 자꾸 넓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상왕봉이 가까울 무렵에 잠깐만 헉헉거리고 나니 사자봉과 백양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나 잠시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이제서야 겨우 하늘이 열려 숲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줌과 동시에 서서히 물들어 가는 숲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위의 사진의 모습에서 실오라기 같은 숲의 가운데 길을 지나 상왕봉에 오른 것이다.

맨처음의 계획은 이곳 상왕봉에서 원점회귀하기로 했으나 워낙 산행길이 평탄하여 등에 땀도 나지 않아 백학봉까지 갔다가 돌아 갈까했으나 둘이 의기투합하여 상황봉에서 순창새제를 거쳐 장성새제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상왕봉에서 순찬새제까지는 죽 내리막길이라 역시 힘이 들지 않았으며 산이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덕에 눈은 호사를 하였다.

지나는 길에 어쩌다 하나씩 있는 단풍나무의 모습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을 보여주고 오래된 감나무 위에서 감을 따는 늙수구래한 촌로의 모습도 보였다.

감을 따다가 우리가 보이자 감나무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그동안 산행을 한다는 사람들이 저 늙은 촌부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절반은 농부인지라 잠시동안 만이라도 저 농부의 속상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지나가느 산행길에서 설사 내가 너댓개 정도 딴 고추가 피해를 주면 얼마나 준다는 마음으로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 가고는 했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니는 사람이 많을 수록 피해는 커 가고 또 잘못 따는 바람에 가지부러뜨리고 실로 농부가 입은 고추밭의 피해도 컷을 것이고 지나가면서 깻잎 몇 장, 오이 한개, 밤 한주먹, 감 한개, 무우 한개지만 저 늙은 농부는 모든 것이 겨울을 나는 식량이었을 것이다.

 

상왕봉에서 길게 돌고 돌아 장성새제로 들어서니 길이 갑자기 수렛길이 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필요에 의해서 아주 최근에 군인들의 이동을 위해 넓어졌다는 설명을 듣기 까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을하고 사람들이 살았을 것 같은 곳에서 사람 찾기 놀이를 했다.

장성새재를 지나 입암산성을 올라 삼국시대가 어쩌고 고려시대가 어쩌고 역사와 문화를 한참이나 떠들다가 북문에 오를 때면 항상 아쉬운 진짜 입암산 가는 길을 따라 동문이 있었던 곳에 가 보고 싶었다.

탐방로가 아니라는 팻말 때문에 아직까지 가 보지 못하고 있지만 입암산성이 완전하게 복구되기를 기다려 본다.

입안산성의 성내가 되는 곳에는 마을의 흔적과 몽고군과 항전하다 전사하신 윤장군의 비석이 있을 뿐 다른 흔적 조차 찾을 수 없고 녹두장군 전봉준의 흔적이나 견원과 왕건의 숙명적인 한판 승부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고 백양사 스님들이 펄펄날면서 국가를 위해서 싸우는 흔적도 김덕령장군의 훈련 모습도 어느 곳에도 찾을 수가 없지만 입암산성에 오를 때면 언제나 가슴을 여미고 고개를 숙여 본다.

아직까지 입암산성의 전체의 구간을 전문가가 아니라서 답사하지는 못했지만 금성산성 처럼 언젠가는 온전하게 돌아 볼 수가 있을 것이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갓의 모양이라는 갓바위봉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가물거리며 보인다.

멀리 보이는 모습과 힘차게 달리는 고속도로의 모습과 철로위를 달리는 기차의 모습에서 향수를 달래며 어릴 적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입암산에서 볼 수가 없었던 소나무 숲이 갓바위봉 밑으로 펼쳐지고 봄이면 화사한 철쭉이 아름답게 피는 곳이다.

가파르지 않지만 쉽게 내려서기가 쉽지 않고 온갖 나무들이 수북하게 자란 은선골에 들어서면 늦은 봄이면 참회나무 꽃이랑 은난초꽃이랑 원추리 꽃들이 한가롭게 피어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산행길이다.

빽빽한 숲을 이룬 삼나무 밭에서 걸음을 멈추고 삼나무가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전래되게 된 사연과 수입되어 전봇대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나누다가 실속 없는 숫놈 이야기를 끄집어 내면 모두가 설마 그렇리가 하면서 반신빈의 하는 삼나무 숫꽃이 수분되기 위해서 펴는 인해전술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마 이 정도의 삼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숫꽃의 꽃 가루는 수천억개는 될 것이다.

숫꽃 한 송이가 뿌려대는 정자의 숫자가 광주광역시의 인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고 실속없이 그렇게 많은 정자를 내 보내야 하는 이유가 암꽃에 있다면 다시 한번 놀라고 만다.

이들은 진화를 잘해 몸도 잘 키우고 키도크고 습한 곳이라면 종자도 아주 발아가 잘 되지만 그들만이 갖고 있는 성생활은 매우 힘들고 자식을 남기는 일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습한 기운만 있으면 무조건 싹을 내어 2세로 키워 나간다.

 또 다른 삼나무 숲에는 편하게 누워서 하늘을 맘껏 볼 수가 있는 의자가 있고 비라도 온 뒤라면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눈을 감고 산림욕과 음이온을 마음껏 마실 수가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세파에 전혀 찌들지 않고 세상의 삿된 것들이 들어 서지 않은 남창계곡의 순수한 매력에 남창계곡을 찾기 시작 한 지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포장도로는 물론 그저 계곡에 난 수렛길을 따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로길을 따라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다녔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도시 근교의 훌륭한 계곡이 아닌가 한다.

금방이라도 허물어 질 것 같은 수련원 입구의 마을이 현대화의 물살을 타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온천을 이용한 팬션으로 변하였지만 그래도 가슴 절절한 시골마을의 정취는 잊어 버린 것 같으며, 아이스케키 한 개을 몇 십원을 더 주고 사 먹드라도 아까운 생각이 전혀 들지를 않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남창계곡은 아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것이다.....20년을 사랑했고....앞으로 20년은 더 사랑하고 싶은 계곡으로 남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주차장--팬션지구--몽계폭포--상왕봉--순창새재--장성새재--남창계곡--산성골--남문--입암산성--북문--갓바위봉--은선골--남창계곡--팬션지구--주차장  약 19km ) 

 

산행로의 특징은 몽계폭포에서 상왕봉까지는 평지나 다름이 없으나 상왕봉 오르기 직전에 15~20분 정도가 약간의 경사도가 있고 상왕봉에서 순창새재와 장성새재까지는 아주 평범한 평지의 길과 같고 입임산성을 지나 북문에서 갓바위봉을 오르는 구간이 약간 경사도가 있으나 먀우 짧으며 갓바위봉에서 남창계곡 주차장까지는 모두 내리막길이다.

이런 길은 당뇨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걸으면 매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산행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