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책여산 가는 길(342m 09.09.18)
책여산은 순창군 적성면 섬진강변에 우뚝 솟은 산으로 순창 남원간 국도 24번 도로 상에 위치하여 누구나 쉽게 찾을 수가 있으며 강변에서부터 산의 자락이 시작되는 관계로 높지는 않지만 당당함과 기품이 있으며, 강과 하늘과 빼어난 책여산 정상의 모습이 어울려 차를 타고 가다가도 눈에 확 띠는 산이다.
섬진강에서 시작된 바람이 골을 한번 휘감고 순식간에 정상에 다다르면 칼을 비스듬이 세운 듯한 칼날에 부디치며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회오리 바람이 일어 날 것만 같은 산이 책여산(冊如山)이다.
적성면 소재지를 지나 남원 쪽으로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적성교의 끝에 무량사라는 입간판이 세워진 구도로에 주차를 하고 쉬엄쉬엄 깔크막을 오르면 무량사 스님이 심어 논 벚나무, 배롱나무, 밥태기나무, 화살나무, 수련과 자연적으로 핀 며느리밥풀꽃이 어울려 밭을 이루고 빨간 물봉선도 뒤질세라 가을의 부지런함과 어울려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올라 갈 때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투박한 바위가 산자락에 서 있는데 이 바위가 화산옹바위이며 바위의 색상이 흉년이나 국가 재앙시에 검정색과 푸르스름한 색, 하얀색으로 변한다는 전설과 함께 전설을 하찮게 여긴 김삼용이라는 사람이 전설을 무시하고 객기를 부려 화산옹의 팔을 잘라버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화산옹의 오른쪽의 어께에서부터 아래로 칼로 잘린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팔이 섬진강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섬진강은 깊고 아름다워 풍류객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줄을 이었으며 적성에서 생산되는 옥을 실어가기 위한 배들이 많이 다녔다고 한다.
화산옹바위을 뒤로하고 오르면 당재로 올라가는 길이 있으나 무량사의 경내를 통하여 책여산의 들머리가 시작되고 산행의 시간이 짧아 화산옹바위가 있는 곳보다는 무량사를 지나 산행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숲을 가꾸기 위해 베어 논 잔나무들로 인하여 숲은 소란스럽고 어수선하지만 덕분에 가을의 따가운 햇빛이 숲속 깊이 들어와 앞 뒤가 캄캄한 산행길보다는 답답하지 않는 산행길이 계속되고 가끔은 발바닥을 자극하는 돌덩이가 있으며 바위마다 넉줄고사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이 산골까지 리키다소나무가 의외로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저 멀리 괴정리 쪽의 산자락에 리키다소나무가 심어져 있지 않을까?.를 상상해 본다.
산행길은 너무 가파르지 않고 쉬엄쉬엄 오를 수 있으며 특징없는 산길을 30분 쯤 오르면 오른쪽에 전망 좋은 곳이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며 다시 10여분 오르면 마귀할멈바위가 왼쪽에 떠억 버티고 서 있으며, 다시 10여분을 오르면 금돼지굴이 있는 322봉에 오르게 된다.
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내 탓도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금돼지굴을 안내하는 푯말은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으며, 322봉을 빙빙 돌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강면쪽(동쪽)에 밧줄이 있어 금돼지굴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 쪽의 바위들이 모두 낭떨어지라서 안내푯말을 세우지 못했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지는 않는 산이지만 어느 봉우리든지 오르기만 하면 조망권은 매우 아름답고 특히 322봉에서 바라본 시골마을 바라보는 맛과 소나무가 가득한 숲에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던 소나무의 머리를 감상 할 수가 있으며 멀리 보이는 산들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322봉에서 한참을 쉬다 송대봉(화산,책여산,체계산)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면 가을의 흥취를 돋구는 알밤이 길가에 수북하여 몇알을 주어 주머니에 넣고 산행 내내 오물거리는 맛고 꽤나 괜찮을 것이다.
322봉과 송대봉(341m)의 고도 차이는 겨우 20여 미터 밖에 않되지만 산의 특성상 내리막이 깊으면 오르막도 길고 길어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정상인 송대봉(책여산)에 오를 수가 있으며 철계단을 올라 정상에 서게되면 오른편에 흑박주가리와 닭의장풀과 쑥부쟁이가 우리를 맞이하고 섬진강은 굽이치듯 흐르지만 여유롭고 유유자적한 모습과 절제된 논에서 점점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나락의 모습과 금돼지굴이 있는 322봉과 남원 책여산이 손에 잡힐듯이 눈에 가깝게 보인다.
구름 한 점 없이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강과 바람이 한데 어울려 황금 들판의 풍년가를 연습하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 발 아래에 끝없이 펼쳐지며 북쪽의 암릉으로 향하였다.
가을의 따가운 햇살과 발 아래의 아찔함과 암릉의 날카로움에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잡고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칼날바위의 암릉을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330봉을 향하였다.
순창에서는 강천산과 회문산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으로 최영장군의 전설이 서려있는 책여산에서 과연 이런 곳에서 어떻게 말을 탈 수가 있을까?.하며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는데 아마 전설이 아니고 사실이었다면 치마대에서 화살을 쏘고 달리는 최영부자의 모습은 아마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 채기 위해서 낙하하는 모습과 비슷했을 것 같음을 짐작해 본다.
이야기거리가 많아 이야기를 따라 화산(華山)옹바위를 찾아 보고 금돼지굴을 찾아 당시 원님의 심정도 헤아려보는 것도 책여산행의 또 다른 맛이 아닐까?.생각한다.
책여산은 적성면 초입의 임동마을에서 보면 비녀를 꼽은 아름다운 여인이 누워 달을 보며 창을 읊는 습이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청조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변강쇠타령과 춘향가를 멋드러지게 불렀던 장자백(1849~1906) 명창이 운림리(임동)에 태어난 생가터가 있으며, 책여산을 괴정리나 평남리에서 바라보면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습과 닮았다하여 책여산(冊如山)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 일행은 330봉에서 회귀하여 다시 한번 칼날능선을 지나 내려와 황굴에 도착하니 입구의 화산옹바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길이며 보통의 산행지도에는 산행로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운치있는 나무계단과 볼품없이 자란 잡풀들이 어울려 새들을 부르고 송대봉(
바위의 모습이 여지껏 보아온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황색의 모습이 많았으며 처마를 이룬 듯한 송대봉(책여산)이 황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잘 다듬어지지 않는 듯하여 사방이 모나고 삐뚤고 대나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는 모습에서 깊은 산 중에서 대나무나 머위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면 필시 그곳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듯 한 때는 이곳에 절이 있었고 공부하는 선비들의 책 읽는 소리가 낭낭하게 퍼졌을 것 같았다.
풀섶에 설치된 장의자 두개가 외롭게 사람을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어치 한마리가 도토리를 입에 물고 숨길 곳을 찾으러 올라왔다 우리를 보고 황급하게 송대봉으로 날아가는 모습에서 쓸쓸함이 더욱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적성면(赤城面)은 백제시대 때는 역평현(礫平縣)이었고 통일신라 경덕왕 16년에 적성현(赤城縣)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나 화산옹바위의 전설이 사실로 증명하듯 고려시대에는 폐현되어 순창군으로 예속되고 남원부(南原府)로 개칭되었다가 조선초기에는 적성방 (赤城坊)으로 부르다 1897년 "방"이 "면"으로 개칭되면서(고종 34년) 오늘의 이름인 적성면이 되었다.
황굴을 보고 오던 길을 되집어 나오면 임도처럼 약간 넓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당재에 도착 할 수가 있으며 금돼지굴이 있는 322봉을 위로하고 당재 밑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화산옹바위에 이르게 된다.
마타리와 서나물, 며느리밥풀꽃, 엉겅퀴, 물봉선이 가득한 길을 따라 내려가다 반짝이는 알밤이라도 하나 주우면 다시 입안에 군침이 도는 산행이 될 것이다.
보통은 순창 책여산과 남원 책여산을 동시에 종주하는 산행을 하게 되는데 순창 책여산 하나 만으로도 산행의 묘미와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충분하게 제공하는 산이 책여산이 아닌가?.생각한다.
비록 솜씨 좋은 장인의 솜씨로 다듬어 놓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자연이 순수하게 깍고 망치로 투박하게 내리치며 조각한 바위들의 모습에서 순수함과 자연의 순박함을 배우고 산을 내려오면 3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341m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산치고는 매우 훌륭한 산행이 되었고 산행길 자체가 편한함과 아슬아슬한 스릴과 확 터진 조망권과 강이 어울려 왠만한 산보다 더 훌륭한 산이라고 본다.(카메라 수리 중으로 정보전달의 매체인 사진이 없으며 케이제이산악회원이찍은 사진첨부함)
산행로는 적성교--무량사--마귀할멈바위--322봉(금돼지굴)--송대봉341m(화산,책여산, 채계산)--칼날능선--330봉--칼날능선--황굴(안내판 없음)--당재--화산옹바위--적성교(3시간30분)
특이한 사항은 책여산에는 물이 전혀 없고 넘어지면 바위들이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크게 다칠 우려가 높은 칼날능선을 등산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 할 수가 없는 무모한 행동으로 절대해서는 안되고 남원 책여산까지 산행을 한다면 330봉을 지나 괴정교을 가로 건너 오르면 되고 이때는 순창군 동계면에 위치한 송정유원지가 날머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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