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김제 진봉산 망해사 가는 길

깔크막 2009. 8. 6. 22:32

김제 진봉산 망해사 가는 길

 

김제에서 29번 도로를 타고 가다 만경사거리에서 702번 도로로 오른 다음 10km 정도를 가면 심창초등학교 앞을 지나자 마자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산길로 접어들면 주차장을 지나 진봉산 전망대와 진봉면 심포리에 위치한 망해사(望海寺)가 나온다.

망해사는 진봉산 자락 만경강 하류 낭떠러지 바닷가에 위치한 조그만 절이지만 주변의 절경과 요란스럽지 않게 잘 어울리고 소나무 숲 너머로 일망무제로 펼쳐진 진봉만 건너편에 보이는 고군산열도와도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다를 바라본다는 뜻의 망해사(望海寺)가 낙서전(樂西殿), 청조헌(聽潮軒), 법당, 종각, 삼성각을 단촐하게 거느리고 좁은 면적에 답답하지 않게 아담하게 들어선 모습이 정겨운 모습으로 서해를 바라보며 서 있다.

서해를 바라보면 지는 태양이 바다에 빠져 절경을 만들어 주어 즐겁고 파도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보는 아름다움과 눈을 감고 듣는 파도소리가 온갖 상념을 털어버릴 것 같은 긴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아름드리 팽나무에서 진묵대사의 흔적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진묵대사는 만경의 불거촌(만경면 대진리)에서 태어났고 서방산 봉서사에서 출가하였으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선을 추구하였던 진묵대사가 지나가고 있을 때 물고기를 잡아 무쇠 솥에 가득 담고 펄펄 끓이던 망나니들이 진묵대사에게 먹을 것을 권하니 펄펄 끓는 국물을 솥 단지 채 들고 벌컥컬컥 마셔 버렸고 바닷가에 이르러서는 바다 쪽으로 엉덩이를 들어내고 실례를 하니 엉덩이에서 물고기들이 바다 속으로 텀벙텀벙 뛰어드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망해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년)에 부설거사가 창건하였으나 거센 파도에 무너져 바닷에 매몰되어 폐사되었다고 하나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선조22년 1589년에 진묵대사가 낙서전을 새로 지으면서 망해사는 겨우 명맥을 이을 수가 있었고 그때 낙서전 앞에 팽나무를 심어 바닷물에 침식되는 것과 해풍의 칼바람을 막기 위해서 팽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세가 매우 좋게 자라고 있어 볼만하지만 청조원 앞의 팽나무는 근래에 지반을 돋아 마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물 형식을 빌어 줄기부분을 매립하여 세력이 약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으며, 그나마 살아 갈 수가 있었던 이유로는 물 빠짐이 아주 좋은 낭떠러지 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해사에는 소나무와 벚나무 그리고 팽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곳에 팽나무나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보고 누구나 인위적으로 심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으나 소나무는 원래 그 자리에서 자라던 나무였을 것이고 세력은 약해 졌지만 팽나무 밑에서 서해를 바라보며 해질녘에 서해에 빠지는 은빛금빛의 낙조을 감상하기에는 안성마춤인 곳이다.

 

낙서전에 걸려 있었던 범종을 범종각을 건립하고 낙서전 한 켠에 비껴서 세워졌는데 특별하게 볼 것은 없지만 낙조가 질 무렵에 범종각과 바다와 해가 어울려 연출해 내는 바다에 작은 어선이라도 한척 통통거리며 지나간다면 훌륭한 그림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절 집을 빠져나와 아주 깨끗하게 관리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만경평야의 짙푸른 녹색의 아름다움과 시원하게 열린 바다의 풍경과 작은 심포항의 어선들이 한 눈에 조망되어 눈이 호사하는 곳이며, 나이 살이나 들어 보이는 소나무 숲의 울창함과 잘 다듬어진 진봉산 산책길이 불어오는 해풍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변산에서 내륙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곰소 가는 길의 왼쪽 길을 선택하면 국립공원 변산반도의 속살을 볼 수가 있으며 그렇지 않고 직진을 하면 바다와 송림과 어우러진 해안선의 아름다움과 군데군데 하얀 모래를 들어 낸 해수욕장에서 발이라도 담근다면 한 여름의 무더위 쯤은 쉽게 물리 칠 수가 있는 곳이다.

김제에는 역사와 문화가 사방에 있고 아름다운 길이 골골을 흐르듯 적시며 서해안의 곳곳에 비경을 만들어 낸 망해사를 빠져나와 죽산을 거쳐 국립공원 변산반도의 황홀함을 담고 졸리 듯 한가로운 내소사에서 포근한 오후 시간을 보내고 곰소의 염전에서 만들어 낸 소금으로 짭쪼롬하게 간을 맞춘 낙지젓 한 종지에 텁텁한 막걸리라도 한 잔 한다면 더 말 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