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아미산(515m) 가는 길
순창의 아미산은 24번 국도에 있는 산으로 담양에서 순창쪽으로 히어티제를 오르기 직전에 송정마을로 들어가는 사거리(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는 굴다리가 오른쪽에 있음)를 지나 100여m 정도를 오르면 오른쪽으로 88고속도로 밑의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오석에 은빛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비석(묘지안내비석)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아미산(蛾眉山)을 오르는 들머리이며, 순창 쪽에서는 고추장단지 옆을 지나 히어티제를 너머 바로 나타나는 왼쪽에 있는 굴다리로 들어가면 된다.
88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인하여 들머리에는 뻘건 황토가 배를 드러내고 있어 비가오면 매우 미끄러울 것만 같은 공사도로를 따라 오르면 아미산의 자락으로 들어 갈 수가 있으며, 여기서부터 아미산까지는 경사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행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가끔은 숨이 차기도 하는 길이다.
오래된 소나무 숲의 향기를 맡으면서 왼쪽의 밤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길 좌우의 숲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면 그곳에는 연분홍꽃을 피운 고마리와 하얀 꽃을 피운 고마리가 번갈아 가면서 관심을 보이게하고 닭의장풀이 하얗게 꽃을 피우고 배풍등의 빨간 열매가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으로 길마중을 하는 모습이 순수하게 다가서는 곳이다.
낙엽송의 모습을 보면 심고 관리가 잘 된 탓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솟은 모습에서 경외감을 느끼고 오리나무의 오래된 검은 몸통이 네모나게 떨어지고 잘 관리된 산행로를 따라 바위틈을 돌면 기린초와 바위채송화가 이제서야 꽃을 피운 패랭이꽃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와 풀과 눈마춤을 하다보면 화순의 옹성산을 보는 듯한 바위산이 길을 막고 서는데 발 밑의 낭떨어지에 화살나무의 빨간단풍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서고 더 발 밑으로는 꾸지뽕나무가 가을의 상징인 빨간 열매를 가득 달고 수줍게 녹색의 잎을 밀어내며 은근한 미소를 보내는 틈 사이로 천년 세월을 오므렸다 폈다 하기를 수백 수천번을 했을 것 같은 부처손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오므려 쥔 주먹에 힘이 가득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먹이사냥에 열심인 산새들의 모습에서 자유분망함을 보았고 마지막으로 가장 바쁘게 가을 보내고 있는 잠자리들이 꼬리를 물고 쌍이되어 날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이 바쁘게 다가오고 있음을 보았다.
정상도 아닌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껴껴이 들러쳐진 산의 모습이 각기 다른 색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눈에 힘을 주어보아도 날씨 때문에 불러줄 수가 없었고 덕분에 우리 미술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 할 수가 있는 여백의 아름다움이 노리끼리한 색으로 채워져 있거나 푸르스름한 색으로 산과 산의 경계를 무너뜨려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산수화가 발 아래에 펼져짐 모습을 보면서 다시 배낭을 둘러매고 아미산을 향 하였다.
커다란 바위에 어쩌다 트여진 틈새에 용케도 뿌리를 내린 층꽃나무가 보라빛 꽃을 피웠고 쑥부쟁이와 노란꽃을 헛꽃으로 피우고 수술과 암술 마져 보여주지 않는 도도한 국화과 꽃 한송이가 외롭게 피었고
간절하게 목마름을 호소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가는 자연을 보면서 말똥바위와 혓바닥바위, 고인돌바위를 지나 아미산의 아름다움을 쉽고 안전하게 볼 수 있도록 설치된 철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신선바위가 우리를 압도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배를 묶었다는 절구통바위가 있는 배미산을 향해 가는 길에는 삽주와 잔대가 길가를 장식하고 재선충 탓도 아니고 늙어서도 아닌데 아미산의 정상과 배미산 가는 길에 소나무가 상당수가 죽어버린 모습을 보면서 겨우 겨우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오래동안 살고 있었는데 왜 죽어가는지 궁금하였다.
배미산은 사방이 조망되지 않아 답답하였고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동산과 이어주는 산행로가 없어 원점회귀하여 남산대에 있는 귀래정과 신경준선생의 생가를 찾아 보기로 했다.
회귀하는 도중에 후두둑하며 넓은 떡갈나무의 잎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빨리하고 내려오다보니 아미산 정상에서 들머리까지 경사가 심한 길을 내려오다가도 산행길 옆에 떨어져 있는 색감 좋은 알밤을 몇 개 주워 주머니에 담아두고 오도독 거리면서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곳으로 나왔다.
장수의고장이자 장류와 발효식품의 고장인 순창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인 강천산과 역사의 슬픔과 애환이 유난하게 많은 회문산이 있고 맑고 깨끗한 섬진강의 이름이 적성강이라는 불리우며 곳곳에 비경을 만들어 내고 산과 물이 맑아 장류를 발효하기 좋은 물과 깨끗한 공기와 바람이 사시사철 알맞게 불어 발효식품을 맛있게 만들 수가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어 우연한 기회에 고추장을 임금에게 진상하게 되었는데 고려말 이성계가 무학대사가 기거하고 있던 구림면의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농가에서 대접 받았던 고추장의 맛이 뛰어나 진상하도록 했는데 그 명성은 물론 제조법이 자세하게 전해져 내려오면서 고추장문화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순창에서 재배한 콩과 고추를 사용하여 독특한 맛의 비법이 이어져 왔고 순창읍 가남리에 소재하고 전북 유형문화재인 조선시대 실학파 여암 신경준의 생가와 귀래정이 있고 신경준 선생의 큰 업적은 군사도 형식을 빌어 만든 지도가 전해지고 있다.
여암 신경준선생은 신숙주의 동생인 신말주의 후손으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천문지리, 성음(聲音)·율품, 의학, 복서, 기서에 능했으며, 산천지리에 특히 능하여 동국여지도와 팔도지도를 감수하였던 학자이며 오늘까지 전통지리서로 전해져 내려오는 산경표를 편찬하였다.
남산데에 있는 귀래정과 권일승시인의 시비가 있고 아미산이 배미산과 가산에 이르는 곳에 재상이 다섯명이 나올 만한 길지가 있다고 하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모두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아미산 자락인 금과면 연화리에는 동편제 판소리의 거장이었던 장판개 선생(1885~1937)이 탄생한 곳으로 적벽가 중 장판교대전과 군사설움사친가에 뛰어나 고종이 혜릉참봉교지를 내렸던 명창의 숨결이 숨어 있는 곳이 있으며, 순창에서 아미산을 바라보면 배의 형상이라 배산으로 불렀고 요염하게 웃는 미인의 눈썹을 닮아 아미산( 중국의 아미산을 닮았다 하여 아미산으로 부르고), 말꼬리 형상이라 마미산(馬尾山) 산이 높고 험하다는 의미로 정상을 아미산(峨嵋山)으로 부르고 있다.
아미산 아래에 400년 전 부터 집성촌을 이루는 대장리(大場里)가 있는데, 일본인들이 다섯명의 재상이 나올 것을 우려해 마을 위 오상재에 쇠말뚝을 박고 배맨산으로 불렀다고 향토 사학자인 양상화 선생은 나라를 잃고 나라의 존망을 질머지고 나갈 인물이 탄생할 수도 있는 길지를 파괴한 일본의 만행을 전하고 있다.
주요 산행로는:
1.송정마을(24번도로)---88고속도로 굴다리---묘소안내비---아미산---배미산---아미산---묘소안내비 (산행시간: 3시간 .충분한 휴식포함)
2.송정마을(24번국도)---88고속도로 굴다리---아미산---배미산---못토재---가산----풍산면 탄금마을(27번국도), 5시간(점심시간 포함)
산행로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가파르거나 어려운 산행로는 없으며 잘 관리된 산행로와 암릉구간에는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발 밑만 조심하면 되고 물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주요 식생은 소나무, 낙엽송, 밤나무이며 꾸지뽕나무와 길마가지나무가 있고 삽주, 패랭이꽃, 잔대, 층꽃나무, 부처손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식생은 다양하지 못한 평범한 편이다.
산행로는 위의 것 말고도 2~3군데가 더 있으나 어느 곳에서든지 순창읍 가남리에 있는 귀래정이나 여암 신경준선생의 생가와는 산행로가 동산(346m)과는 연결되지 못하므로 일부 산행지도만 믿고 갔다가는 낭패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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