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담양 월봉산(453.3m) 가는 길

깔크막 2009. 4. 2. 07:37

담양 월봉산(453.3m) 가는 길

 

담양은 호남고속도로나 88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교통의 편리성을 갖추고 있으나 다양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고장이지만 결코 그냥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니고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아야만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가 있는 곳이다.

곳곳에 역사가 숨 쉬고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초라한 듯 모나지 않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방에 볼거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곳이 담양이 아닌가한다.

 

고려시대의 역사와 격동의 조선시대 역사가 산재해 있고 근대의 뼈아픈 동족상잔의 생채기도 있었지만 담양(潭陽)이라는 지명에서 보듯이 햇빛을 가두어 놓아 살기 좋고 농산물이 풍부하여 가히 살만한 고장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담양에는 조선시대에 벼슬을 마치고 연고가 있거나 없어도 살기 좋은 담양으로 몰려들었고 일찍이 교육의 필요성을 알아 주민 스스로 학구당을 설치하여 인재육성에 자발적으로 힘을 보탰는데 이것이 바로 사립교육의 모태가 되었으며, 정(亭)이나 정사가 소수정예의 고급 교육기관이 되었으며, 이유야 어찌되었든지 수준 높은 학자들이 곳곳에서 인재를 양성하다보니 근대에도 추앙받는 인사가 많이 배출된 곳이 담양이다.

명산인 추월산은 많은 역사와 문화를 보듬어 안으며 산등성이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영산강의 시원이 된 용소는 근대역사의 생채기를 가슴에 안고 묵묵히 흘러 남도의 넓은 들을 적시고 병풍산과 불태산이 서쪽을 감싸 돌 듯 영산강이 산허리를 돌고 돌아 담양의 너른 농경지를 적시고 지나다보니 곳곳에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 한 수 정도는 절로 나오게 하는 곳이 담양이다.

담양을 알고 싶다면 담양읍내권으로는 관방제림, 죽록원, 메타세콰이어가로수길, 금성산성, 당간지주, 오층석탑 정도는 둘러봐야하고 가사문학권으로는 면앙정, 송강정,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취가정, 풍암정을 둘러보는 것이 좋고 원림이나 자연정원에 관심이 많다면 소쇄원, 독수정, 명옥헌, 의암일기 정도는 보고 담양을 떠나야 후회 없는 담양 여행이 될 것이다.

시간이 있다면 충장사나 개선사지석등 충효동 가마터등도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이 보듬고 있으므로 쉬엄쉬엄 둘러보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것도 담양 여행의 진수를 맛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담양까지 여행을 왔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25%를 갖고 있는 대나무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서는 죽녹원에 꼭 들려야하고 대나무의 마디를 잘라 밥을 지은 대통밥과 죽순요리와 담양의 떡갈비 정도는 대통소주와 함께 먹어보고 떠나야 담양의 음식문화를 맛 보았다고 할 수가 있다.

느리게 사는 곳으로 철저하게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창평에서 오래 묵고 곰삭은 것을 맛보고 느끼면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바쁘지 않게 쉬엄쉬엄 말아먹고 상월정에 올라 고하 송진우 선생이나 인촌 김성수 선생 가인 김병로 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월봉산에 올라 시원하게 사방을 조망해 보는 것도 어쩌면 담양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생각 한다

창평에서 입에 붙지 않는 달달한 엿을 맛보고 단내가 입 안을 휘감아 도는 맛의 표현은 아마 형언 할 수가 없고 말이나 글로는 표현 할 수가 없는 오묘한 맛의 전통발효식품인 된장과 고추장을 음미했다면 지금까지 그때의 모습으로 도도하게 서 있는 돌담길을 따라 옛 선비들이 걸었던 그 길에서 조용하게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맛을 느껴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담양의 여행에서는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그저 눈으로 보고 만족 할 수가 없으며, 기대했던 만큼보다 훨씬 큰 실망만 가득 안고 씁쓸하게 돌아갈 수도 있는데, 몇 년 전에 소쇄원에서 서울에서 온 모자(母子)가 바쁘게 구경하고 있었고 소쇄원 자체가 워낙 좁은 공간인지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탄하고 도란대던 그때 그 심정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 갈 요량으로 옛 것을 상기 시키면서 둘러보고 있었는데 “”뭐 이래!. 신문과 방송이 과대포장 했구만!.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돈 드려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거야!.“” 라며 학생인 아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그 모습이 짠하고 안타까워 “”실례가 안 된다면 소쇄원의 모든 것에 대하여 해설해 드려도 괞찮을까요?.“ 하니 호의도 무시하고 휑하니 대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그때의 짠한 기억이 하도 생생하여 주석처럼 적어 보았다.

 

 

 

   (월봉산 정상의 암벽과 정상에서 바라 본 창평면 전경 그리고 월봉산 정상부에서 바라 본 만덕산 전경)

 

월봉산을 가려면 826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대덕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하면 운암 저수지 위쪽에 하운마을이 나오는 곳에 철신을 묶어두고 노거수와 민속신앙을 엿 볼 수가 있는 입석을 구경하고 산행의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 일행은 월봉산--국수봉--수양산--만덕산을 잇는 5시간 30분 짜리 산행을 목표로 출발하기로 했으며 만약 일행 중에 자신의 체력보다 넘치는 산행이 된다면 월봉산 정상에서 상월정을 거처 유천리로 하산하기로 하고 우리들만의 독특한 산행을 시작했다.

운암에서 들머리를 쉽게 찾지 못해 주민에게 물으니 가르쳐 주는 곳을 따라 올라가면 월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랐으나 처음에는 길이 미약하게 보이더니 이내 잡풀이 우거져 숲 속으로 가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아주 낮은 곳에서 올랐던 관계로 능선에 오르자마자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소나무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도란대며 걷는 맛은 어지간한 숲길에서 느낄 수가 없는 차분하게 서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한 능선길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스라지로 불려 지기도 하는 산앵도나무가 아름다운 잎사귀를 펴며 봄을 앞세우고 꽃을 줄줄이 피어 낼 그날을 기다리며 서로 받혀주어 견고함을 자랑하는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체악지정(棣萼之情)을 떠 올리게 하고 가막살나무가 꽃봉오리를 가지 끝에 매달고 있는 아래에는 춘란이 수줍게 꽃대를 밀어 올려 활짝 꽃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월봉산에는 산토끼나 고라니 같은 초식동물이 없거나 개체수는 아주 적은 것 같았다.

길가에는 작년의 묵은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삽주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도라지는 새싹을 밀어 올리며 희망에 찬 한 해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고 빨간 육신을 커다랗게 키우고 하늘 높이 서있는 소나무들의 위용이 볼 만한 숲길이 이어지다 월봉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작년에 떨어진 낙엽들로 길은 미끄럽고 허리는 가끔 45~60도 정도까지 구부리게 만들며 자신에게 겸손해 지라는 듯이 무언의 채찍을 내 보였다.

 

활엽수대에 들어서니 생강나무와 길마가지나무가 노란 꽃술을 내보이면서 호박벌을 불러 모으고 있었는데, 요즘 보기 어려운 호박벌을 쉽게 만날 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천혜의 깨끗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이름을 알 수없는 부전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며 너무 일찍 나와 호되게 신고식을 치루고 있는 모습에서 삼월의 날씨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징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흰나비 한 마리가 길마가지나무 꽃술에 앉으려다 나둥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안쓰럽고 짠한 마음이 들었으나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다만 자연이 따뜻한 햇볕을 내려주는 방법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월봉산(453.3m) 정상이 가까워지자 산은 더욱 험하고 군데군데 바위들이 진을 치고 있고 커다란 암벽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산행로가 없어져 일행을 부르는데 암벽 사이로 뚜껑처럼 덮고 있는 바위틈으로 기어 올라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정상에 오르자 조망권이 넓게 확보되어 좋았으나 많은 나무들이 시야 확보를 위해 무참하게 잘려 나간 것은 상식이 없는 사람이 장난스럽고 무질서하게 작업을 수행한 결과로 양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의 입방에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정상을 내려오고 있는데 월봉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사방에 쓰레기가 눈살을 찌뿌리게 하였다.

최소한 내가 가져간 쓰레기만이라도 되가지고 가야한다는 기본적인 소양이 갖추어지지 않는 사람의 극히 일부가 산이 좋아 산에 왔다며 좋아했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깔크막 삼거리를 내려서면 상월정인데 오늘의 목적은 상월정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지나치기로하고 월사봉(? 468.3봉)의 산불감시초소를 옆으로 돌아 염소농장을 왼쪽에 두고 산 능선을 걷다보니 계획된 국수봉--수양산--만덕산의 길을 놓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도를 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노적봉(406봉)을 지나 425봉과 지네머리봉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원래의 계획된 산행을 포기하고 노가리재를 지나 흔들바위가 있는 고청뫼봉에서 창평의 풍요로운 들녘을 보는 행운도 함께 누리고 길가에 피어있는 길마가지나무꽃과 생강나무꽃 까마귀밥여름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 외에는 특색이 없는 호남정맥의 길을 따라 최고봉(493m)에서 회귀하여 해남터 갈림길에서 소쇄원을 추억하는 하서 김인후선생의 시 한 수를 되 뇌이면서 외동저수지 위에 난 지방도로(887)를 따라 외동마을에서 시내버스(330)을 타고 운암마을로 돌아왔다.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자주광대나물꽃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광대나물의 꽃이 다른 곳에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달라 루빼를 통해서 들여다보니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가로수로 산수유나무를 심어 한적한 시골길이 온통 노란꽃을 피우고 있었으며, 이름을 알 수없는 제비꽃이 거(거)를 두 개나 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여 연신 카메라에 담으며 처음과는 심하게 어긋난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속 깊이 남는 여운을 느끼면서 모자리 준비와 감자를 심고 있는 바쁜 농촌의 일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창평시장의 텁텁한 막걸리 한 잔으로 월봉산에서 최고봉까지의 산행을 접었다.

 

**. 월봉산은 대덕면의 운암.상운.하운.입석.외동마을에서 오를 수가 있으며, 창평의 유천. 용운마을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월봉산만의 산행은 단조롭고 거리가 짧으므로 국수봉에서 수양산을 거쳐 만덕산에서 운암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지루하지 않고 적당하고, 노가리재를 지나 외동저수지가 있는 지방도로로 내려서면 외동마을에서 시내버스(330)가 있고 외동저수지 반대편으로 30분 정도를 걸으면 창평으로 갈 수 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