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오봉산 가는 길 (보성군 득량면 392m)

깔크막 2009. 3. 20. 02:32

오봉산 가는 길 (보성군 득량면 392m)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무등산과 어등산은 물론 바로 코앞에 있는 삼각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약속된 비엔날레 주차장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혼자 왔다가 둘이 되고 셋이 되어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속도가 빠르고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목적지를 향해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와 생각할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있는 일반도로 중에서 만장일치로 일반도로를 선택하였다.

그 흔한 네비게이션도 없는 차를 타고 오래된 지도를 보면서 몇 번을 물어 오봉산 자락에 있는 득량남초등학교 옆에 산행의 시작을 알려주는 표시를 따라 오봉산산행을 시작했다.

오봉산은 득량만의 바다와 넓은 들판에 불쑥 솟은 작고 낮은 산으로 벌교읍에서 2번국도를이용하여 보성읍 쪽으로 가다보면 군두사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좌회전하여 직진하면 오봉리 앞을 지나게 된다.

왼쪽은 예당들판이고 오른쪽에 불끈 솟은 작은 산이 보이며 산허리에 툭 튀어나와 있는 바위를 책상바위로 부르는데 오봉리 사람들은 책상바위로 인하여 많은 인재가 나왔다고 한다. 오봉리에는 우리의 전통가옥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고 훌륭한 인재가 나고 자란 곳에 꼭 있기 마련인 열화정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

묘하게도 오봉산이 좌우로 하나씩 있고 봉우리가 다섯 개로 산을 이루고 있어 오봉산이라고 부르는데 왼쪽의 산은 오봉산(392m) 오른쪽의 산을 작은 오봉산(284m)라고 부르는데 철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자라바위가 독특한 모습으로 보이는 산이 작은 오봉산이다.

오봉산(392m)을 오르기로 하고 처음 득량남초등학교 옆에서 오르기 시작 할 때만 해도 오봉산 만의 특징이나 모양새나 산세가 특별하지 않는 산으로 여겨지는 평지에 솟은 그저 평범한 산으로 입구에는 사스레피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고 진달래가 추위에 깜짝 놀랐는지 꽃잎도 쭈그렁하고 꽃의 크기도 왜소하고 화려하지도 못해 우리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소나무 숲을 지나 왼쪽으로 득량만은 안개가 자욱하여 잘 보이지 않으나 예당평야의 시원함과 평야에 심은 보리로 인하여 이른 봄에 흔하게 볼 수가 없는 초록의 시원함을 감상하는 행운도 누렸다.

오봉 중에서 첫 봉을 넘을 때 까지는 산행의 특별함이 여느 산과 다름이 없었으며 누가 쌓았는지는 모르나 정성으로 쌓은 돌탑으로 인해 쉬었다 갈 명분이 생겼다.

 

 

330봉을 지나면서 오봉산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산봉우리에 우뚝 솟은 바위와 암벽은 바라다만 보아도 아찔하고 수직절벽의 틈새에 천년을 살면서 조막만한 작은 손을 오므리고 폈다를 수천 번을 했을 듯 한 부처손이 일엽초에게 자리를 살짝 내주고 함께하는 모습에서 암봉과 암벽의 삭막함을 잊을 수가 있었다.

땅 속을 힘차게 뚫고 승천하는 용머리 모양의 거대한 바위 앞에서 우리 일행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나가는 봉우리에는 어김없이 돌탑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사방에 흩어져 있는 작은 돌조각에서 우리의 온돌문화를 되짚어 보면서 칼등처럼 좁은 바위의 등성이를 타고 엉성하게 걸쳐져 있는 사다리와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을 하고 아름다운 오봉산의 매력에 빠져 수없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340봉에 오르니 밑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시선을 끌며 여태까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겨우 392m 밖에 안 되는 작은 산인 오봉산의 매력과 독특한 바위와 암벽을 보고 놀랐던 것을 송두리째 망각 할 정도로 아름답고 거대한 바위가 보였는데 바로 칼바위라고 했다.

정상과 칼바위를 보기 위해서는 곡예를 해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데 약 10m 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괘불지주 모양의 바위사이로 내려서야 하는데 밧줄은 물론 사다리나 밑으로 내려서는 보조기구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고 나무 한 그루와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죽은 나무 하나가 유일하게 내려가는 보조수단으로 사용 할 수가 있었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였던지 살아있는 나무나 죽은 나무는 반질반질하게 사람의 손으로 인하여 빛이 나고 있었다.

겨우 겨우 바닥에 내려서니 바위의 모습에 또 한 번 감탄사를 토해내며 칼바위를 보기 위해 겨우 한사람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바위틈을 지나니 발밑에는 천애절벽이 우리의 앞 길을 가로 막으며 칼바위의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원효대사가 수도를 했으며 칼을 닮아서 칼바위라고 부르고 어떻게 보면 새의 부리를 닮은 모습으로도 보이고 옆으로는 버선을 닮았다는 버선바위와 30여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절벽이 칼바위를 압도하고 절벽 사이에 겨우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푸르름을 자랑하고 칼바위 주변을 신이대 숲으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굴 안으로 들어가니 꽤 많은 사람이 쉴 수가 있는 너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칼바위의 안쪽에 원효대사가 수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아무리 바위의 안쪽을 보아도 원효의 얼굴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작고 낮은 산이지만 크고 깊은 산에나 있는 우람한 계곡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 오봉산에 오기를 잘 했다며 일행은 만족해했으나 광주에서 늦게 출발했고 일반국도와 지방도로를 타고 느릿느릿 자연을 감상하며 온 탓도 있었지만 워낙 낮은 산이라서 우습게 본 탓으로 아쉽게도 정상까지의 산행과 용추폭포는 후일로 미루어야 할 것만 같았다.

다시보아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오봉산의 매력과 이번에 보지 못한 작은 오봉산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해평리 석장승과 오봉리의 열화정과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고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남겨 두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해평저수지가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묵전 밭에 흐드러지게 핀 광대나물꽃과 매화를 감상하면서 하루를 접었다.

 

오봉산 산행로는

1.주차장--용추폭포--정상--340봉--330봉--주차장(3시간)

2.득량남초--330봉--340봉--정상--용추폭포--주차장--340봉--330봉--득량남 초등학교(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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