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불태산 가는 길 2

깔크막 2009. 3. 18. 22:48

불태산 가는 길(710m)

 

불태산 가는 길은 마음으로도 가깝고 발로는 더 가까운 곳에 있어 아무 때나 무시로 가보고 싶을 때 부담없이 갈 수가 있는 산이다.

집에서 보아도 산등성이를 훤하게 보여주면서 병풍산과 삼인산과 불태산은 늘 그랬듯이 맞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서로를 감싸고 있는 매력이 있고 스릴이 넘치는 산으로 언제부터인가 내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내가 태어난 곳 고향을 지나가는 지맥의 하나로 병풍산 불태산 판사등산 팔랑상과 함께 어릴 때 부터 늘 보고 만지면서 살았던 산이지만 산의 깊이와 높이를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견훤이 태어나서 자랐다던지 진원산성 이재산성 나옹암사지가 있다는 것과 김시습의 글씨가 있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그냥 불태산이 좋아 오르고 놀이터 처럼 놀고 사색하고 풍경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병풍산의 아름다움과 임도가 만들어지기 전의 삼인산 가는 길의 매력에 빠져 사시사철 삼인산을 즐겨 오르면서 산의 매력에 취하고 숲의 매력에 반하여 혼자서 늘상 오르던 산이 삼인산이라면 병풍산은 재활 놀이터로 나와 인연을 맺은 산이다.

불행하게도 날마다 편하게 쉬던 어느날 꼭 필요하다며 집으로 데리러 온 지인을 돕는다는 것이 그만 삼층 높이에 공간을 건너도록 설치한 판자가 부러지면서 거꾸로 추락하여 발목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감옥살이 하는 심정으로 병원에 있어야 했는데 그곳을  마다하고 병풍산을 오르면서 재활훈련을 하였다.

지금도 그때의 후유증으로 비가 올려고 하면 기상대보다 더 잘맞는 일기예보 덕택에 농사를 짓는데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받고 있고 오랜 경험으로 통증의 형태와 강도를 느끼며 강수량의 정도와 좋은비와 나쁜비를 어느 정도는 알수가 있는데 전문가나 과학자는 전혀 믿으려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하였던 재활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날마다 병풍산을 오르는 높이를 조절하며 오르기를 수 십 번 하다보니 반복되는 자연의 모습과 환경도 지루하여 삼인산을 오르게 되었고 또 지루하면 불태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그때는 군사보호지역으로 출입금지가 되어 있었지만 병장산과 아울러 불태산의 북쪽사면을 오르면서 자연에서 자라는 도라지 더덕 취나물등을채취하여 도시락으로 싸가지고 간 된장과 함께 먹는 행운도 많이 누렸던 산이라서  더 쉽게 불태산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의 인연으로 자연을 깊이있게 관찰 할 수가 있는 눈과 오감을 갖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사계절 동안

숲에서 보았던 풀꽃 나무에 핀 꽃의 이름이 알고 싶어 도감을 뒤져보았지만 비슷비슷하여 구별해 내기에는 내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하면서 불태산과 삼인산 병풍산은 나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주었고 산행로마져 없어 가시 덤불에 찟기고 길을 잃고 되돌아오기도 여러번 이었는데 지금은 잘 정비된 산행로가 나를 즐겁게 했다.

공룡의 등처럼 울퉁불퉁한 진원면 쪽에서의 산행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영산강이 빛을 내며 흐르고 무등산이 용진산이 방장산도 추월산도 병풍산도 삼인산도 모두 발 아래에 있는 기분이 드는 묘한 산이다.

북쪽을 재외하고는 일망무제로 툭 터져  답답한 도시에서 찌들고 멍들었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산이 바로 불태산이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데로 아름답고 혼자 산행을 가더라도 전혀 혼자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는 산이 불태산이다.

무등산을 넘어 영산강을 지나온 겨울바람이 북쪽의 바람과 만나면서 도시에서 눈발이 날릴 정도면 이곳 불태산은 눈이 펑펑 쏱아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산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진원면 쪽으로는 절대로 눈이 있을 때는 산행을 안하는 나만의 원칙도 가지고 있는 산이 불태산이다.

불태산은 원래 불대산으로 불렸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불태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장성군지나 면양정가에서도 불대산으로 불렀고 또 불태산에는 사찰이 번창 할 때는 80개나 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불태산으로 부른 것은 얼마되지 않는 것 같다.

설악의 공룡능선처럼 길게 이어지는 암릉구간과 동남쪽과 서남쪽은 깍아 지른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졌으며 진달래와 철쭉이 피어나고 산 초입에는 길마가지나무도 있고 이질풀과 쥐손이풀등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는 도시근교에서는 몇 안되는 좋은 산이다.

쑥부쟁이도 엉겅퀴도 원추리도 제비꽃 용담 돌외도 모두 제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주고 골무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묘역에서 가지고 온 도시락을 까 먹는 맛도 일품이고 불태산 밑 한재골 위 쪽에 있는 농장에서 친구랑 토끼탕 한그릇에 소주 한 잔을 기울리는 것도 산행을 마치고 나누는 기쁨이 늘 있는 산이다.

또 한재골을 빠져나와 저수지 근처에 있는 까페에서 은빛물결에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물결 위로 석양의 황금빛 노을이라도 쏱아져 내리는 날이면 넋을 빼고 앉아있어도 나가라고 하지 않는 까페 여주인의 얼굴이 더욱 예뻐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하얀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의 그날을 기대해 보며 불태산의 산행을 접는다.

 

*불태산은 장성읍 중앙초교에서도 오를 수가 있으며, 진원면의 고산서원 언저리에서 진원성이라는 식당의 입구로 오르는 길도 있으며, 저수지 위에 있는 군부대였던 곳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그밖에도 여러 곳에서 오를 수가 있지만 원점회귀형의 산행로는 전문가가 아니면 없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