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모후산 가는 길(918.8m)

깔크막 2009. 2. 26. 00:48

모후산 가는 길(918.8m)

 

모후산인(母后山人)은 산행하기로 한 모후산 자락에 아담하게 지은 집에 살고 계시는 선생님이신데 웃는 미소가 아름답고 소박하시고 마음이 참 예쁘신 분으로 오랫만에 만난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만나기로 한 일행들이 도착하여 동광주요금소를 빠져 나가는 중에 아뿔사 그만 하이패스라인을 통과하고 말았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체되어 마음이 바쁜 이유도 있었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여자들의 수다와 때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요금소에서 다시 들렀다가 옥과 i/c에서 화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이야기거리가 매우 풍성한 아름다운 길이 모후산까지 이어지는데, 가는 길이 매우 아름답고 낭만적이고 이 길을 따라가면 관음사가 있고 백아산이 있고 옹성산이 있고 화순의 자랑거리인 복조리를 만드는 동네도 있고  달콤 쌉싸름한 유천리 복청도 있고 한천의 삼배도 있고 불미나리를 재배하는 동네도 있고 김삿갓이 훠이훠이 걸어 갔을 동복댐 가는 길도 있고 연둔마을 숲의 아름다움과 역사와 문화를 뽐내는 길도 있다.

동복소재지 못 미쳐 삼거리에서 순천 쪽으로 가면 커다란 저수지가 있는데 오랜 가뭄으로 인하여 물은 완전하게 바닥을 드러내고 그동안 숨겨온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저수지 바로 위에 유천리라는 표지석을 따라서 죽 들어가면 모후산인이 사는 유천리가 나오는데 동네 이름을 보듯이 이곳에서는 물소리가 노래하듯이 들렸다.

동네 어귀에서부터 몇 백 년을 산 나무들이 보호수라는 입간판을 달고 줄줄이 서 있고 몇 해 전에 엉성하고 초라하며 자연과 어울리지 않게 정비했던 도랑을 자연친화적으로 다시 바꾸고 있는 모습에서 관광 화순과 청청 화순의 미래를 볼 수가 있었다.

 

  

   (가뭄이 심하여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맑은 물과 울창한 삼나무 사이의 산행로가 아름답다) 

 

모후산은 고려인삼이 최초로 재배되었던 곳으로 화순군에서 적극적으로 복원하고 있는 곳으로 화순의 자랑인 청청함과 산이 많음을 이용하여 약초를 재배하여 생물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만들고 산행로를 정비하고 숲을 잘 관리하여 찾아오는 화순을 느낄 수가 있도록 산행로를 잘 정비한 모습을 곳곳에서 화순군의 열성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모후산의 식생은 인공적으로 심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하늘을 찌르듯이 용문재까지 이어지고 잣나무가 몸통을 키우면서 앞으로 최고급 홍송으로 목재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특히 삼나무가 많이 조림되어 바닥은 검은 숲을 연상하게하고 삼나무 밑에서 자라는 식물은 많지 않으나 어쩌다 자란 끊기 있는 나무들 마져 철저하게 베어져 오로지 삼나무 한 종류만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양지바른 가장자리에 뻐꾹나리의 잔해도 보이고 이름을 유추해 내기가 어려운 산형과 식물이 가끔은 보였고 산수국의 모습도 보이고 층층나무가 내 키만큼 자란 모습도 볼 수가 있으며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바위에 붙어 자라는 새파란 이끼가 삼나무와 편백나무 아랫도리에 붙어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입구에 인가의 흔적과 더불어 잘 정비된 대나무 숲이 소쇄함을 더 하는 운치있는

산행길로 안내하는 모습으로 모후산은 나의 가슴속으로 깊이 들어 왔다.

모후산에는 참빗살나무가 많은 곳이고 나무의 크기가 흔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크고 산철쭉의 군락이 끝도 없이 조릿대 너머로 키를 자랑하고 있어 봄 산행으로 매우 좋은 곳이다.

많지는 않지만 품위 있는 소나무가 빼어난 자태로 넋을 잃게 하고 키 작은 참나무는 곳곳에 도토리를 떨어뜨려도 멀리 굴러가지 못하고 겨우 산행로 가장자리에서 싹을 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또 용문재를 지나 정상인 상봉으로 가는 길은 산행로의 양쪽에 조릿대가 줄지어 서 있어 군인들에게 사열을 받는 기분을 만끽 할 수가 있는 길이 계속되고 있어 다른 식생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행로가 정비되지 않아 산행을 할 때 여름에도 긴 바지와 긴팔의 옷을 입어야 했었는데 지금은 살을 베이는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멋진 산행길이 용문제에서 집게봉까지 죽 이어지는 낭만적인 길로 변하였으나 조릿대 덕분에 조금은 밋밋한 산행길이 되기 쉽다는 단점이 되고 말았다.

장성의 자랑인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에서는 임도를 따라 가면서 숲을 보기 때문에 숲의 구성원과 함께하기가 쉽지 않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편백나무나 삼나무를 마음껏 감상하기가 조금은 어려운데 모후산의 삼나무 숲은 산행로가 삼나무 숲의 가운데로 지나가고 있고 거의 1시간을 숲 가운데를 지나 갈 수가 있는 장점과 산행로가 평탄하고 가파르지 않아 좋은 사람과 도란대며 갈 수가 있는 곳이다.

모후산은 공민왕 10년에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과 왕비 그리고 태후가 나복산으로 피신을 하여 1년간 살면서 수려한 산세에 반하여 이름을 모후산으로 바꾸어 불렀으며 정유재란 때에 김성원이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다가 순절하였다하여 모호산(母護山)으로 부르기도 했다.

모후산은 섬진7지맥으로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으며 북쪽으로는 한 때 빨치산들의 주 활동 근거지였던 백아산이 춤추듯이 보이고 그 앞에 독아지봉이라고도 부르는 옹성산이 있으며 옹성산 주변으로 동복호가 보이는데 중국의 적벽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선비들의 발 길이 끊이지 않았던 뒤로 보이는 무등산이 보이고 조계산 너머로 보성만의 모습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정상에서 바라 본 유마사 전경)                       (산행로 양 옆으로 난 조릿대 군락)

 

모후산의 용문재에는 옛날에 용문사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으며 남쪽의 평탄지역에 유마사가 있는데, 백제시대인 627년에 당나라 스님이었던 유마운이 창건하였다 전하고 유마운의 딸 보운이 치마폭에 바위를 싸가지고 와서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유마동천 보안교가 있으며 보물로는 고려초기 양식으로 보이는 팔각원해련지탑이 있으며 화엄사로 옮겨진 후 비어있는 범종각과 괘불대 산신각 부도탑등과 함께 요사채가 있고, 제월천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샘이 있는데 물 속에 있는 달을 건져 올렸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샘으로 맑고 깨끗하기가 비가 갠 후 물안개 피워 오르는 소쇄원의 제월당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비교할 수가 있다.

모후산은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산으로 6.25 당시에 빨치산 전남도당이 유마사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한 탓에 집게봉으로 가는 길의 9부 능선 쯤에서 그들의 흔적을 만날 수가 있으며 유마사와 산막골은 잿더미가 되는 불행한 역사를 백아산과 함께 가지고 있는 산이다.

유마사 쪽은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집게봉으로 오르는 길과 중봉으로 오르는 길과 용문제로 오르는 산행로가 있으며 그 중 집게봉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를 이루고 칼등을 걷는 듯한 암릉지대가 펼쳐지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봉우리를 오르고 나면 능선길을 만나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완만하고 산행하기가 쉬워 봉우리를 올라 올 때의 힘든 상황은 모두 잊게 되고 발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과 주암호의 환상적인 경치에 넋을 빼게 된다.

숲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유마사에서 용문제나 중봉으로 오르면 볼 것이 많이 있으며 숲을 즐기고 마음이 힘 든 사람은 유천리 쪽에서 올라 용문재를 거쳐 유마사 쪽으로 내려가는 것도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유마사에서 중봉이나 용문재로 가는 길목에는 생태 숲도 조성되어 있고 계곡이 깊고 나무가 울창하여 새와 물소리 바람소리가 화음을 이루며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는 곳이며 마음에 드는 바위에 앉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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