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산 금둔사 가는 길(667.9m)
겨울 속의 봄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안개가 하늘을 가리는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승주 I/C 을 지나 낙안읍성 가는 길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마음으로 궁굴재를 넘어서니 하늘 끝에 커다란 암 봉이 걸리기라도 한 냥 눈과 가슴을 헐떡이게 하고 발아래 조망되는 즐겁고 편안한 낙안읍성이 보일락 말락 나무 뒤에 숨어 넘나들기를 몇 번하니 불재에 도착했다.
금전산에 오르기도 전에 가슴을 박차고 올라오는 흥분과 감탄을 가슴에 가득 안고 세차게 부는 바람을 뒤로하고 약수암을 거쳐 수행중인 초막을 지나 구능수에 도착 할 때 까지 숨은 턱턱 막히고 자꾸만 허리가 뒤로 꺾이려고 한다.
느린 걸음으로 거친 숨을 땅바닥에 토해내며 20여분을 오르니 구능수라는 바위굴 앞에 당도하게 되고 가지산의 쌀바위와 백양사 약사암의 전설과도 상통하는 안내판이 우리를 맞는다.
숲과 하늘과 바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거친 암릉길을 오르다보니 삽주. 원추리. 비비추가 아쉬운 듯 씨방을 품었고 .생강나무의 꽃눈은 터질듯이 옆의 노각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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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작지만 토토리를 담았던 깍정이를 통째로 달고 있는 참나무들을 보니 지난 여름이 이들에게는 꽤나 혹독한 한 해가 아니었을까를 짐작해 본다.
암릉길을 지나고 나니 솔숲과 참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고 가랑잎이 푹신해서 좋은 오솔길이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주변을 바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금전산은 낙안읍성의 진산으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이며 정상에서 보면 조계산. 모후산. 백운산. 무등산이 보이고 멀리 순천 앞 바다까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는 곳이다.
금전산은 옛날에는 석난과 석이가 많아 5월이면 석난꽃이 흰 눈이 내린 것 처럼 보일 정도로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이 드는 산이다.
산 이름 또한 독특하여 궁금증을 자아내는 金錢山의 이름은 불가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생에 가난한 약초꾼으로 살고 있던 사람이 부처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안 약초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부처님을 공양한 인연으로 그의 제자가 되어 훌륭하게 수행한 오백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가 된 담해조사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금전산의 수 많은 기암괴석은 오백 비구를 상징하고 금전산 자락에 있는 금둔사를 나한도량으로 부르게 된 것은 위와 같은 유래에서 왔다고 한다.
금전산은 667.9m로 정상이라고 표시 된 곳은 밋밋하여 사방을 조망 할 수가 없으나 바로 옆에 정상이라고 표기된 비석과 함께 정성이 들어간 돌탑이 인상 깊고 발 아래로 펼쳐진 많은 바위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어느 한 곳도 놓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기이한 모습으로 다가와 벅찬 감성이 묻어나는 곳이다.
가깝게는 오봉산 백이산 제석산이 낙안의 자랑거리인 팔진미의 진한 향기를 품어내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금강암이 있는 의상봉과 오를 수가 없는 원효봉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의상봉에는 두꺼비바위와 일명 엉덩이 바위라고 불러 묘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바위가 있고 바로 건너편에는 개바위 참선대 입석대가 보이고 원효봉에도 금전산 정상에 있는 탑처럼 잔돌로 쌓은 듯 한 석탑이 보이고 그 밑으로 원효봉을 오르는 오백 비구의 모습을 한 바위들이 줄지어 정상으로 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의상봉 옆에는 금강암이 있는데, 금강암은 의상대사가 창건하였고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진 낙안읍성을 볼 수가 있으며, 부처님의 지혜가 금강과 같아서 번뇌와 망상을 깨뜨리고 지혜를 이룬다는 뜻이 담긴 암자로 정유재란 이후 금둔사가 폐사되면서 낙안읍성의 주민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다 지금은 송광사의 말사가 된 암자이다.
암자를 내려오면 커다란 석문을 통과하여야 암자를 벗어 날 수가 있는데 입구에는 극락문이라고 음각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전문가가 아닌 탓으로 금강문 쯤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극락교로 보아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극락문을 들어서면 음용수가 있는데 워낙 가물어서인지 물 한 방울 볼 수가 없고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에는 물이 귀하다고 한 것 같은데 금강암도 물이 귀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극락문을 지나 한 참을 내려오면 형제바위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한 쪽으로 누워버린 동생바위의 커다란 몸통이 길게 누워 있는 사이로 산죽이 퍼렇게 자라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2시간~3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는 동안 놀라고 감탄하기를 수 십 번 하였으며 의상봉에서 칼처럼 불어대는 찬바람 속에서 뜨거운 커피를 나누어 주신 어떤 신협의 꼬리를 배낭에 달고 오셨던 분들에게서 남도의 푸근한 정까지 덤으로 얻었고 금전산을 내려와 남도에서 가장 일찍 핀다는 홍매화를 보기 위하여 금둔사로 향하는 발길은 숫제 하늘하늘 춤을 추는 것 같다.
나야 홍매(紅梅)화를 볼 욕심으로 신이 나 있었지만 같이 한 일행들은 금둔사 보다는 벌교의 꼬막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았으나 관심 밖에 있는 것을 내 안으로 끌어 들여야 세상을 사는 맛이 즐겁지 않겠느냐는 말도 안 되는 술수를 써서 10분 거리에 있는 금둔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불계와 세속과의 경계라고 부르며 번뇌로 가득 찬 공간이자 참회와 결심을 실천하는 상징물인 일주문 앞에서 죽이고 도둑질하고 음란한 생각으로 가득 찬 오심(五心)을 버려야 일주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데, 세상을 버리지 않고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좁아 보이는 일주문을 피해 옆구리에 난 길로 살짝 들어서니 방하교(防下橋)가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에 미쳐 버리지 못 한 번뇌를 내려놓고 경내로 들어서라는 듯이 아치형의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 극락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방하교 밑에서 빼꼼히 용이 머리를 내민다.
방하교를 지나 대웅전의 옆에는 유명한 홍매화가 빨간 입술을 부풀리고 어쩌다 터진 꽃은 너무 높아 나의 똑딱이로는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둔사는 지금도 역사가 한창이지만 백제시대의 고찰로 위덕왕 30년인 583년에 담혜화상이 창건하였고 신라 때 의상대사를 거쳐 사자산문의 철감국사와 장효대사가 종지를 펴던 선종가람으로 정유재란 때 전소되었고 숭유억불의 정책 밑에서도 선맥을 이어오다 1700년대 후반에 폐사된 곳으로 1983년에는 지허대사가 봉은불사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금둔사에는 금둔사지 삼층석탑이 있는데 탑신의 1층에는 공양하는 공양상을 양각한 모습이 워낙 귀하고 특이하며 그 조각 솜씨 또한 수준급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보물 945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예전에 도굴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석탑의 잔해를 모아 지금의 석탑은 복원 한 것이다.
금둔사지 삼층석탑의 옆에는 또 다른 보물946호로 지정된 금둔사지 석불비상이 있는데, 석불의 형식은 비상(碑像)으로 정통적인 석비 형식의 불상을 조각상으로 새겼으며 역시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보호 받고 있다.
대웅전 뒤의 골목을 들어서면 신이대와 돌담이 묘하게 어울어진 모퉁이에 석조마애비로자나불상이 천연 마애석불로 바위에 새겨져 있으며 다른 말로는 노자나불 노자불이라고도 하는데 산스크리스트어로 “태양”을 뜻하고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이 이치와 사실에 걸림이 없이 두루 비치어 원만한 밝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금둔사에 있는 홍매화의 향기와 아름다운 꽃술은 보지 못했지만 입구의 정연한 숲과 차나무의 모습이 오랫동안 눈 안에 잔상으로 남아 있다.
낙안읍성은 옛날부터 시인 묵객의 발걸음이 그치지 않았고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난 낙안면의 절경으로는 금강모종 백이청풍 오봉명월 보람조하 옥산총죽 원포귀범 용추수석 안동화류는 보지 못했고 금전산 석이. 백이산 고사리. 오봉산 도라지. 제석산 더덕. 남내리 미나리. 서내리 청포묵. 성북리 무. 용소 천어로 알려진 팔미(八味)는 맛 보지 못했어도 낙안읍성의 모습은 눈으로 담아도 자주 보았던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아 서운하지 않았고 낙안자연휴양림의 처녀폭포가 기암괴석 사이로 신비의 물보라를 뿜어 대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도 벌교로 향하는 우리 일행은 겨울에 먹는 맛있는 먹거리인 참꼬막을 만나기 위해 벌교의 시장을 찾았다.
바다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통의 모습에서 또 다른 우리들의 세계를 발견해 가면서 천자암의 쌍향수가 있는 앞 길을 따라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보며 주암호의 살가운 꼬부랑 길을 따라 마음의 평화가 가득한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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