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서 기른 왕우렁이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다.
멋진 풍경이 있는 섬진강 중상류 이곳에서 작년에 왕우렁이 한 쌍을 데려와 수족관에서 길렀다.
비록 엄마아빠는 운명을 달리했어도 새끼들은 알에서 깨어나 잘 자라주었다. 부화하고 죽은 새끼 한마리 없이 잘 길러 원래 어미가 살았던 곳에 돌려 보냈다.
완만한 유속과 깊은 수심을 자랑하는 섬진강에 적응하여 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풀어 주었다.
왕우렁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24℃의 수온에서 살다가 그 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 풀어주니 길게 코를 내밀고 움직이지 못한 채 엉켜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움직이는 녀석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1시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혹시나 죽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수온에 적응만하면 5℃에서도 산다고 하니 충분히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일년에 3~4회는 꼭 오는 곳으로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왕우렁이 형제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맛있는 메기매운탕을 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이 느끼는 봄과 왕우렁이가 느끼는 봄의 온도가 같기를 바랬다. 남쪽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매화축제, 산수유축제가 한창이다. 길가의 개나리도 수줍은듯 노랗게 피었다. 춘분이 지나고 나니 꽃소식이 바람을 타고 넘나든다며 애써 스스로 수온은 충분하다라고 해 본다.
길게 하얗고 굵은 것이 코다. 코끼리 코처럼 길고 이곳을 통해 숨을 쉰다. 그러니까 폐호흡을 하는 왕우렁이로써는 갑자기 낮은 수온으로 인하여 매우 헐떡이며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그것도 매우 힘들게 물 속에서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수족관에서는 산소발생기가 있어 물 속에 산소가 충분하였겠지만 이곳의 물 속에는 용존산소도 수족관보다 적고 수온이 낮아 이중으로 힘들게 적응하는 중이다.
힘들게 적응을 마친 녀석은 코를 집어 넣고 새로운 세상에서 탐험을 시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환경이 되었을 때 왕우렁이는 더듬이를 길게 빼고 빠르게 움직인다. 물 속의 용존산소도 왕우렁이가 사는데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수심이 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밤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동안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댓가로 넓은 곳에 풀어주는 것인데 모두 잘 살았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유해종이라고 강물에 풀어준 것을 못 마땅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에서 더 이상은 기를 수 없고 죽일 수도 없어 원래 살았던 강에 방생을 하는 것이니 이해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변명 같지만 황소개구리도 처음에는 유해종이라고 난리가 났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왕우렁이가 다른 종의 먹이사슬에 포함되어 강 속의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벼를 심고 1~2주 안에 논으로 이동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에서도 이 시기에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훌륭하게 풀을 메는 일꾼으로 역활도 할 것이다. 모두에게 이로운 왕우렁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자동차에 올랐다. 집에오니 수족관이 휑하다. 구피와 플레티만 신났다. 수족관이 무척 평화로운 모습으로 내 눈으로 들어왔다.
구석에서 콩알보다 조금 큰 우렁이 두마리가 기어 나온다. 강물로 돌아간 왕우렁이와 수족관에 그대로 있는 왕우렁이 중 어떤 우렁이가 더 행복할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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