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 깔크막의 농사 이야기

수족관에서 왕우렁이 기르기(3)

깔크막 2014. 2. 6. 10:43

수족관에서 왕우렁이 기르기(3)

 

수족관에서 왕우렁이를 기르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수족관에서 기르고 있는 왕우렁이는 모두 한 쌍에서 태어난 새끼이므로 형제 자매로 구성되어있다. 알을 낳고 암컷 왕우렁이가 폐사하였고 얼마 후 수컷도 폐사하였으므로 온전하게 한 세대로만 구성되어있다.

얼지 않을 정도의 노지에서도 겨울을 난다고 하니 방 안에서 기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한가지이다.

물의 온도가 항상 24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왕우렁이들의 먹이사냥은 매우 활발하다. 왕우렁이의 개체수에 비해 먹이가 불충분한 탓인지 왕우렁이 간의 생육차이는 현저하게 다르다.

 

윗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바닥에 깔린 바둑돌과 돌맹이에 이끼나 조류가 많아 왕우렁이가 이곳을 중점으로 먹이사냥을 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실제는 그러하지 않았다. 주로 유리 벽면을 오르내리며 먹이사냥을 하는 것인지 수족관의 유리면은 이끼나 조류가 생겨나지 않는 것 같다.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이끼나 조류만으로는 먹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열대어가 먹는 사료를 왕우렁이가 먹기에는 불합리한 조건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사료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왕우렁이가 사료를 입이 있는 부분에 옮겨지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고 열대어와 같이 먹이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는 먹이를 먹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물 아래로 가라 앉은 사료는 저서에서 기어 다니는 왕우렁가 먹을 수가 있으나 양은 터무니 없이 적은 량이 될 것이다.

 

 

겨울이라 먹이로 채소 공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비록 조그만 수족관에서 자라고 있지만 개체수도 꽤나 되기 때문에 특별하게 채소를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날마다 싱싱한 채소를 공급받아 먹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는 않으나 어떤 때는 내가 먹어야하는 채소를 왕우렁이가 먹는 날도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채소를 먹이로 공급하다보니 우리집 왕우렁이도 주인을 닮아 대한민국에서 공급되는 모든 채소를 먹고 자라는 중이다. 때로는 과일도 먹는다 물론 껍질이지만,......

앞서에서도 말했지만 왕우렁이가 잘 먹는 채소와 잘 먹지 않는 채소를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으나 채소에 따라 잘 먹고 안 먹는 것인지 몰라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증명 할 수는 없어도 어렴풋이 짐작 할 수가 있다.

그 중 잘 먹는 채소로는 상추, 배추, 무우, 청경채, 근대, 치커리, 양상추, 케일 등이 있고 쉽게 덤비지 않으나 결국에는 다 먹어 치우는 채소로는 양배추, 치콘, 뉴그린, 다체, 브로커리 잎 등이 있다.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먹게되는 상추는 겨울에 재배하게되면 화학물질을 투여하는 비중이 여름이나 봄에 비해서 적게 투여 될 것이다. 상추의 경우 먹이로 투여하면 순식간에 먹이로 인식하고 달려들어 상추의 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왕우렁이 열매처럼 보이게 된다. 배추나 양상추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일부의 채소는 왕우렁이가 쉽게 달라 붙어 먹이사냥을 하지 않는것을 볼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브로커리 잎은 잎에 피막이 형성되어 있어 그런지는 몰라도 쉽게 먹이사냥을 하지 않았다. 꽃봉오리는 의외로 잘 먹는다.

오이껍질도 잘 먹는 경우와 잘 먹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채소재배를 하면서 투여된 화학물질의 영향이 아닌가한다. 상추도 어떤 상추를 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아귀처럼 먹지만 어떤날은 쉽게먹이사냥을 하지 않는다.

 

 

 

왕우렁이를 기르면서 느끼고 있는 것은 채소에 묻어있는 화학성분에 처음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곧잘 먹는 것을 보면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예민한 후각을 갖고있는 왕우렁이가 부럽다.

어느 때부터 채소를 사가지 오는 집사람이 한탄하듯 내뱉었던 소리가 귓가에 지금도 맴돈다. "난 왕우렁이 만도 못하는 사람인가봐?." 라며 자조 섞인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비싼 채소 사다가  먹어라고 주니 왕우렁이 한테 준다고 핀잔도 많이 받았었는데, 어느 때 부터서인지 집사람은 채소를 사가지고 오면 왕우렁이에게 골고루 한 잎 씩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난 항상 집에서 살아서 움직이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수족관 속의 식구들이 있어 얼마나 좋냐며 왕우렁이를 기르는 것을 합리화 했는데  집사람이 이제서야 내 뜻을 알아 주는 것 같아 매우 기뻤다.                                                                                                              

 

 

왕우렁이에게 채소를 주는 이유를 물어보니 간단하게 대답했다. 깨끗이 씻어 왕우렁이게 먼저 줘 보면 농약이 얼마나 묻어 있을까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 하물며, 왕우렁이도 저 먹을 것에 독이 묻어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데 사람이라는 우리는 농약이 묻어 있는지 아닌지조차 구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왕우렁이 한테는 미안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늘 사온 채소에는 농약이 얼마나 묻어 있을까를 갸름해본다는 것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왕우렁이에게 시험을 한다며 비아냥 거릴지 몰라도 왕우렁이에 투여 할 때의 채소는 우리 식구들이 섭취하기 바로 전이므로 비아냥 거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상표를 달아 파는 채소를 살 때 농약이나 화학물질에 많이 오염된 채소를 구입하지 않으려고 노력 한다는 것이다. 이 추운 겨울에 채소를 재배하면서도 화학물질이나 농약을 쓰는 농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지금까지 관찰한 것이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왕우렁이가 좋아하는 채소와 덜 좋아하는 채소가 있을 것이며 덜 좋아하는 채소에 함유되어있는 독특한 향기나 특정한 성분으로 인해 쉽게 먹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이의 껍질을 투여 했을 때 금방 먹어치우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이틀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짐작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사 온 오이는 껍질이 없이 맨 살로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수족관에서 왕우렁이를 기르면서 쉬는 날이면 할 일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얻는것이 많아 봄이 되기 전 까지는 기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왕우렁이로 인해 열대어 사료값이 3~4배는 더 들지만 왕우렁이는 우리 식구들에게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내년 봄에 원래 어미가 있었던 그곳에 방생하려고 한다. 봄이 되기 전에 저 많은 우렁이가 알이라도 낳으면 정말 큰일인데,  새끼에서 알을 낳는 어미가 되기까지 얼마나 커야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