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마가지나무 이야기
길마가지나무는 인동과의 나무로 보통은 키가 2m~3m 정도이며 가지의 골속은 백색으로 충실하며 어린가지에는 억센 털이 있다.
꽃은 잎과 함께 4월에 액아에서 인동(忍冬 )초의 꽃을 닮은 하얀꽃을 피우는데 시간이 지나면 약간 붉은색을 띠며, 밑을 향해 피고 열매는 2개가 합쳐져 5월에 빨강색으로 익고 먹으면 약간 단맛이 난다.
길마가지나무는 잔설이 채 녹기도 전에 양지바른 언덕에서 산책나온 우리를 마중해 주는 것처럼 꽃을 피운다.
보통 길마가지나무가 사는 땅은 보잘것도 없고 그저 양지바른 곳,돌멩이가 수북한 곳, 다른 나무나 꽃들이 기피 할 만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도 잘 피워내는 한국특산의 나무이다.
어쩌다 좋은 땅에 터를 잡고도 몸집을 키우거나 키도 키우지 않고 그렇다고 꽃도 특별하지 않고 그저 꾸준하게 꽃을 피우며 잎을 열고 5월이면 다시한번 빨강색의 열매가 예쁜 아기의 엉덩이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나무다.
길마가지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도 아기 엉덩이 아니 아름다운 하트 모양의 열매에서 얻게 되었으며, "일마지배 양안난재(一馬之背 兩鞍難載)"한 말 등에 두 길마 지울까. 한 어깨에 두 지게 질까". "한 사람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한다라는 뜻으로 또는 한 마리의 말 등에 두 안장은 싣기가 어렵다." 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열매의 모양이 길마을 닮아서 길마가지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서 소나 말 등에 얻는 도구 중에는 멍애처럼 소의 뒷 목에 얹어 소를 원활하게 다루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과 안장처럼 사람이 편하게 앉아 이동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나 길마는 소나 말등에 물건을 실을 때 양쪽의 무게 중심을 맞출 수 있도록 고안한 운반도구의 일종이다.
(사진의 출처: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소나 말이 짐을 실었을 때 양 쪽의 균형이 맞아야 소나 말도 더 편하고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아 물건을 운반 할 때 더 많은 짐을 운반 할 수 있다.
만드는 나무로는 보통 가볍고 질기며 부드러운 나무를 선택하거나 자연적으로 생긴 나무 가지 중에서 U자 모양을 한 2개의 가지를 잇대어 만들거나 널판지를 합쳐 U자 모양에 가깝도록 만드는데 이것은 소나 말등이 약간 둥그스름하기 때문에 견고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소 등이나 말 등이 아프지 않도록 쉽게 구 할 수 있는 두꺼운 천이나 못쓰게 된 솜이나 짚을 U자 사이에 넣어 주는데 이것은 말이나 소가 길마로 인해 피부에 상처를 입거나 무게로 인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사용했다.
길마는 수레에 실기 어려운 짐이나 수레가 갈 수 없는 곳, 또는 수레에 실을 정도가 안되는 작은 짐, 멀리 가야 할 때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운반도구였으며 고은 시인은 “「만인보」를 끝내니까 술에 취했다가 깬 것 같습니다. 25년 동안 등에 지고 온 길마를 벗었으니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 날아 갈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듯이 길마는 어찌보면 사람에게나 말이나 소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자 중압감을 주는 짐이었다.
우리 속담 중에는 길마에 대한 것이 유난히 많은데 위에서 예로 든것을 재외하더라도
●.새끼 많이 둔 소 길마 벗을 날 없다=직역하면 새끼 많은 소는 일에서 벗어나 편히 쉴 사이가 없다는 뜻이지만 자식이 많은 부모는 자식을 먹이고 교육을 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고생한다는 것을 말함.
●.길마 무거워 소 드러누울까 =1.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소 등에 얹는 길마가 무겁다고는 하지만 길마 때문에 소가 누울 리 없다는 뜻,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사람을 말함.
2. 어떤 일을 앞두고 힘이 부족할까 겁을 내지 말라는 말.
●.사나운 말에는 특별한 길마 지운다 =사나운 말은 여느 말과 다른 길마를 지워서 단단히 다룬다는 뜻으로, 사람도 성격이 거칠고 행실이 사나우면 그에 맞는 특별한 제재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
●.두 길마를 보다 =한쪽이 잘못되더라도 실패하지 않도록 양 쪽을 잘 살펴 행동하고 실천하라는 것을 말함.
길마에 지혜가 숨어있는 속담에서부터 소, 말, 나귀 등에 얹혀져 거친 숨을 내쉬게 하는 소나 말의 모습을 보고도 길마가지나무의 빨강 열매가 아름답게 보일 수가 있을까?.나무이름과 열매에 얽킨 이야기를 알고 나니 말이나 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농경문화속에서 살았던 우리들에게는 말, 소, 나귀등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동물이었던것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숲을 안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이 길에서 마중나온 것처럼 봄에 일찍 피어 "길마가지나무"가 되었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숲 이야기를 들려 줄 때 길마와 안장, 멍애에 관한 이야기와 농경문화와 운반도구를 연관하여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다.
알고보면 길마가지나무는 아픈상처를 가지고 태어난 슬픈 나무이지만 자신의 모습과 슬픔을 고이 감추고 부지런을 떨며 잔설이 있는 양지쪽에서 도드라지지 않고 은근한 향내를 풍기며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 자신의 상처를 깊숙이 감추고 있는 길마가지나무에서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그룹명 > 깔크막의 풀 나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뚜껑덩굴 이야기 (0) | 2010.05.12 |
---|---|
솔이끼 이야기 (0) | 2010.04.27 |
버드나무과(科)의 나무 이야기 (0) | 2010.04.17 |
참죽나무 이야기 (0) | 2010.03.20 |
부들 이야기 (0) | 2010.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