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 깔크막의 농사 이야기

초보 농사꾼 깔크막의 좌충우돌 콩 농사 이야기

깔크막 2009. 5. 20. 00:06

농사초보 깔크막의 좌충우돌 콩 농사 이야기

 

포도농사 실패 이야기에서 자연이 농사를 짓는 기술보다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자연은 우리들이 극복 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대부분이고 자연을 이기겠다고 덤벼봐야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며 싸워봤자 백전백패라는 것을 농사를 짓는 농사꾼들은 일찌감치 터득한 고도의 기술이다.

진정한 농사꾼들은 자연을 이기겠다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 손해를 줄이는 방향을 빨리 찾으려고 하는 것이고 자연과 더 불어 사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초보 농사꾼들이 농사를 배우고 생산에 임하려면 농사에 관한 재배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논문을  보면 또 다른 연구자에 의해 보강되어 업그레드 된 연구 논문이 있는데 보통의 농사꾼들은 맨 마지막의 화려한 성공의 논문만 읽고 재배기술로 활용하고 있으나 연구 과정의 여러 해 논문이나 연구 성과물을 세심하게 살피고 해가 변함에 따라 똑 같은 콩 농사가 어떻게 변하여 가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 내 것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십 번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던 독농가들의 성공한 농사 이야기 만 듣지 말고 실패했던 농사 이야기를 더 주의 깊게 들어야 간접적인 농사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으며, 농사를 짓다보면 실패했을 때의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초보 농사꾼들은 경험 할 수가 있다.

초보 농사꾼 깔크막이 들려주는 농사이야기는 전문 농사꾼도 아니면서 아니 무늬만 농사꾼이면서 당당하게 농촌에서 수 십 년 농사를 지어온 전문 농사꾼들과 농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초보 농사꾼인 나는 농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와 신문에서 농사에 관한 재배기술이 눈에 보이면 그 즉시 뒷장에 어떤 기사가 있는지는 보지도 않고 가위질하는 습관이 있으며 한 품목의 농사의 전문서적이 나오면 기어코 사서 읽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콩도 나의 관심있는 농사 품목 중 하나였기 때문에 꾸준하게 공부하고 독농가를 찾아 전국의 다수확에 일가견이 있는 독농가를 찾아가서 배우고 그것을 기회로 친교를 나누었고 콩의 축제는 물론 발효식품 박람회에도 매년 빠짐없이 둘러보았으며, 각설하고 우리 집에서는 대규모의 콩 농사는 필요하지 않았고 자급자족하는 형태의 콩 농사를 매년 지었다.

콩을 심는 시기는 수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심는 시기를 놓치면 낭패하기가 쉽고 또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밀이나 보리를 다 수확해 버리고 비둘기나 꿩들이 산란하고 나면 그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엄청나게 식욕도 왕성해지기 때문에 심는 시기를 놓쳐 7월 중순에 콩을 심는 것은 비들기나 꿩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꼴이 되고만다.

작년에는 이상하게도 콩을 심으려고 밭을 만들어 놓으면 비가 와서 파종이 몇 번이나 미루어지다보니 7월 중순의 밭에서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콩을 파종하려면 밭을 경운하여 로타리치고나서 두둑성형까지 마치고 나도 요즘 농촌에서는 인부를 구하기가 어려워 파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우리집의 밭은 토질이 사양토가 아니기 때문에 흠뻑 젖은 밭은 쉽게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여 며칠을 기다려야 로터리작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잡초만 가득한 밭을 로타리하고 콩을 파종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보여 특단의 조치로 1차 로타리 후에 종자를 산파하고 두둑을 성형을 하면서 종자를 땅에 묻히도록 하기로 했다.

농사를 평생의 직업으로 하고 살아 온 농사꾼들은 변화하기가 쉽지 않으며 새로운 농법을 농사에 접목하는 자체를 도박으로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일인데 우리집에서도 심어봐야 못 먹는다고 다른 작물을 심자고 하시는 농사 전문가인 어머니의 말씀을 묵살하고 “우리가 먹을 정도는 나오겠지요” 라며 로타리 친 밭에 동력 분무기로 평소에 파종량보다 2배 정도를 살포하고 고랑을 만들면서 동시에 복토를 하니 모양은 그럴싸한 콩 밭이 되었다.

파종시기가 많이 늦어 종자를 이틀 정도 물에 담가 놓았다가 살포하니 새싹이 금방 나오기 시작했고 얕게 묻힌 곳의 콩의 종자는 올라오다 햇볕에 말라 죽고 깊이 묻힌 종자는 며칠이 지나자 머리를 내밀고 나오기 시작하여 바라보는 초보 농사꾼인 나는 일단 종자가 땅에 뿌리를 박았으니 가을에는 맛있는 콩을 먹을 수 있게 해주겠구나 생각을 하고 미소를 띠고 있는 순간 비둘기 한 마리가 폐교된 학교의 개잎갈나무 꼭대기에서 푸르르 날아 콩 밭에 멋지게 착륙하는 것을 보고 그래 너 정도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 싶었고 평소 콩 파종량의 2배 정도를 파종했으니 그래 절반을 먹어도 절반은 내것이다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콩밭의 주변 환경을 참고로 말하자면 지방도로 바로 옆에 있으며 차량의 통행은 엄청 많은 편이고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정체를 일으키기도 하고 서쪽은 야산과 경계하고 있으며 북쪽은 폐교된 학교의 나무들이 엄청 자라 숲을 이루고 있으며 동쪽은 논이 딱 한필지가 있고 다시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남 쪽에는 지방도를 넘어 배나무 과수원이 있는 주변 환경을 가지고 있는 밭이다.

농사일과 직장생활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밭에는 자주 가 볼 수가 없는 취약함을 가지고 있으며 집에서도 다른 식구도 집에서 밭이 멀어 아무도 둘러보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는 노인이시기 때문에 일부러 밭에 가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날 퇴근을 하면서 콩밭으로 가보니 한 마리였던 비둘기가 대여섯마리 정도가 열심히 먹이사냥을 하듯 부지런하게 콩밭에서 움직이고 있어 소리를 내어 쫓아보니 역시 개잎갈나무 위로 모두 숨어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수기피제라도 뿌려둘걸하며 후회를하고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조수기피제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내가 열심히 보고 있는 농민신문에 적나라하게 기피제의 효과를 설명하는 농민의 사진과 함께 있었으나 신문을 세세하게 보지 못하고 어렵게 심은 콩이 비둘기에게 먹이로 제공되는 것을 보니 자신이 한심해지기도 했다.

비둘기가 때로 몰려오기 시작했고 꿩마져 콩밭으로 몰려들었으나 별 다른 대책을 세우기는 너무 늦어버려 자연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 먹으니 화도 나면서 어렵게 파종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억울하기까지 했다.

먹을 콩이야 사 먹으면 그만이지만 초보 농사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 거림도 한 두번은 괞찮아 슬쩍슬쩍 콩밭을 둘러보기는 했지만 재파종도 못하고 다른 작물도 못심고  콩이 어느 정도 자라자 그 많던 비둘기와 꿩은 흔적도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서 콩의 모양을 한 밭의 일부가 그래도 마음이 들 정도로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전체 면적이 600여평이나 되는데 그 중 약 400여평에는 거의 콩이 없고 풀만 가득했다.

앞서 이야기 했던 밭의 주변환경 중에서 지방도로에 접해 있는 쪽은 비둘기가 자동차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인식하였던지 적당하게 콩들이 배치되어 알차게 자라고 있었으며 옆에 100여평에 심은 쥐눈이콩은 최고의 생육상태를 보여주고 있어 풀을 뽑고 잘 관리하였고 매 년마다 병충해로 콩잎이 성한 것이 없을 정도로 충해가 심했는데 이번에는 병충해 하나 없고 콩꽃도 가지도 다른해보다 엄청 많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비둘기가 다 먹어버린 400여평에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벌레가 득시글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정상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쪽의 콩은 병충해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자라고 있는 이유는 모르겠다.

오고 가는 동네 사람들이 한결같이 콩을 어떻게 농사 지었는지 진짜 잘 되었다며 심을 때는 웃었는데 특별하게 무슨 농약을 썼느냐며 물어오기 시작했으나 가르쳐 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농약 한번 사용하지 않고 가을에 수확을 해보니 상상 외로 수확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콩 자체가 깨끗하고 병증은 물론 덜 여물거나 노린재가 피해를 입힌 콩이 거의 없어 따로 선별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았다.

그럼 여기서 콩농사를 누가 지었을까?.

이번 콩농사는 비둘기 꿩 자동차 그리고 내가 지었다.

그 중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자동차의 움직임으로 비둘기와 꿩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공이 제일이요 그 다음은 비둘기가 완전하게 먹어버렸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생육하는 곳의 작물에는 피해가 전혀 없었으므로 고품질의 콩을 수확하게 해 주었던 비둘기와 꿩이요 다음이 심고 방치한 나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콩농사는 결국 자연이 지었다고 볼 수가 있었고 자연의 힘을 거슬리지 않아 마음의 상처도 입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 농사였다.

물론 악착 같이 지키려고 노력했으면 수확량은 이 보다 훨씬 많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 좋은 콩 오염되지 않는 콩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기회를 빌어 2003년에 콩 농사 신간 책자를 보내주셨던 농촌진흥원에 감사한다.(김동철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