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추월산 가는 길(731m)

깔크막 2011. 5. 2. 14:54

 

추월산 가는 길(731m)

 

담양(潭陽)은 “햇볕을 가두어 담는 거대한 연못”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조량이 길고 사계절 강수량도 풍부 할 뿐만 아니라 온화하고 남으로 무등산을 바라보는 넓고 넓은 반석 같은 평야를 두고 동으로는 만덕산과 수양산이 서로는 병풍산과 불태산이 북으로는 추월산과 산성산이 수직 적벽으로 막아선다.

남쪽의 따뜻한 바람을 수직 적벽으로 가두고 북쪽은 여인의 긴 치맛자락처럼 생긴 지형으로 인해 찬바람은 담양에 내리지도 못하고 멀리 가버리는 지형으로 온화하고 강수량도 풍부하여 대나무가 많이 자라고 곳곳에 절경을 품고 있다.

추월산 남쪽에서 북동쪽을 보면 인자한 스님의 얼굴이 커다란 와불의 얼굴처럼 보이는 바위가 신선대이며 그 아래 천년고찰 보리암이 있고 아래 절벽 밑에는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 이야기가 사방에서 수런대듯 들린다.

추월산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형상을 하고 있지만 와불의 얼굴 모양은 누가 보아도 고개를 끄덕 일 수밖에 없는 형상이며, 높은 산은 아니지만 밀재와 백암산 사이에 우뚝 솟아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경치와 산자락에 길게 펼쳐진 소나무 숲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든다.

수런대는 바람소리를 따라 담양호를 끼고 눈 안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움에 한껏 취 할 즈음에 추월산행의 깃점이 되는 주차장 옆의 인심 좋은 할머니가 산에 가서 맛보라며 싸 주신 깻잎장아찌의 향기와 일찍 추월산에 오는 산행객을 정성으로 맞이하며 안내하는 백구가 있어 추월산행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가 있었는데 오늘은 백구가 보이지 않아 상점 할머니께 물어보니 죽지는 않았다고 한다.

추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장 짧으나 급경사와 계단으로 이루어진 아주 오래된 1등산로에 비해 2등산로는 1등산로의 2배가 되는 산행길이지만 가는 길이 하늘과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고 봄에는 제비꽃과 현호색과 개별꽃이 지나는 우리를 쉬었다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길이다.

보리암 정상에서 제1등산로와 2등산로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3등산로는 능선을 가는 코스로 완만하고 가을이면 억새가 일몰과 어울러지면 환상적인 경치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전망바위 위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추월바위를 바라보고 밀재 가는 길의 완만한 능선에서 편안함과 까닭모를 그리움을 느끼면서 구실사리의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을 하다보면 추월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추월산은 명산 중의 명산으로 손 꼽히는데 곳곳에 기암괴석과 깍아 세운 듯한 절벽에 소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여기에서 뒤 돌아 간다면 추월산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된다.

추월산 정상에서 시작되는 4등산로를 따라 월계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미끄러워 조심해야 하고, 736봉을 지나 하늘재를 거쳐 수리바위와 수리봉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면 제5등산로가 시작되는 복리암 방향(2군데)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고 추월산의 진면목을 조금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면이 절벽으로 빼꼼하게 길을 만든 추월산 자락이 산을 곧추세워 감히 범접 할 수가 없는 성스런 곳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월계리로 내려가는 것 보다 더 경사가 심한 대신에 월계리 쪽이 밋밋하고 거칠기만 했다면 이곳은 거칠지만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바위 절벽의 아름다움과 여름 한 낮에도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골이 깊고어쩌다 흰구름이라도 하늘을 떠 가면 그만 주저 앉아 울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걷다보면 거대한 산딸나무 한그루가 우리를 맞이하면서 무능기재로 일행을 안내하는데 여기에서 6등산로가 시작되고 작은부리기재가 있는 견양동으로 내려가는 길과 복흥 쪽으로 천치재(큰부리기재)를 향하다 보면 깃대봉(704m)에서 내려 복흥으로 내리게 된다.

추월산주차장에 차가 있다면 견양동의 어깨로 내리는 6등산로로 이동을 해야 작은부리기재를 넘어 추월산 주차장으로 걸어서 이동 할 수가 있다.

추월산 산행을 하면서 산행로가 짧다 너무나 평이하다고 투덜대었다면 5등산로나 6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추월산행을 결정했을 것이다.

견양동으로 내리는 6등산로도 힘들고 가파르고 미끄럽고 돌 밭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지만 추월산의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는 많은 물과 폭포와 바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강한 물줄기의 유연함과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산과 계곡의 맛에 놀라고 추월산이 왜 추월산(秋月山)인지를 증명해 주는 곳이 견양동으로 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눈이 시리도록 하얀 가을 둥근달이 수리봉이나 715봉을 넘어 올라오다 아름다운 자태의 소나무에 걸려 있는 모습이나 가을 단풍으로 채색된 나무에 걸려있을 추월산의 달을 바라보면 시인이 아니더라도 멋진 시 한 수를 읊조리게 되고 절로 가을 노래를 하게 될 것이다.

추월산은 보통 가을산행의 여행지로 추천되고 있으나 바위에 얹어진 눈과 소나무가 어울린 모습을 보면 겨울 산행의 최적지로도 손색이 없고 봄이면 골 골에 피어나는 수많은 봄꽃으로 인해 그 향기가 골짜기에 진동하고 여름에는 여름 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하얀 눈이 추월산을 계절마다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히며 오늘도 그 자리에 묵묵하게 서 있다.

 

추월산 정상에서 아래로 조금 비껴 신선대 바위틈에 제비집 처럼 지어져 있는 보리암(菩提庵)은 보조국사가 나무로 매를 깍아 날려 보냈는데 이곳에 한 마리가 앉아 보리암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나라를 지키던 김덕령장군의 흥양 이씨부인이 몸을 더럽히는 것보다는 스스로 죽음을 통해 순절한 정신이 오래도록 잊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전하듯이 담양부사 조철영은 부인의 순절을 헛되지 않도록 비문을 음각하여 후대에 전하고 있고 동학군이 항거하였던 민족의 비운의 역사적 이야기가 숨어 있고 6.25라는 종족상잔의 비극적인 역사 이야기도 발을 동동 구르며 계곡에 가득한 곳이다.

 

 

제4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월계(月桂)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동네가 있는데 마을의 역사는 500년(1530년 마을 형성)이 되었으며,제 6등산로 아래에 있는 견양동(堅洋洞)은 고인돌이 있는 것으로 보아 1000년 전에 이미 마을이 형성 되었을 것으로 추측하나 기록은 없으며, 워낙 산골이라 양(羊)을 키우며 생활을 하여 견양동(堅洋洞)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근처에는 하늘과 가까운 곳에 형성된 마을이라하여 천치(天峙)라 부르는 마을이 있으며 견양동과 천치마을을 합쳐 용치(龍峙)마을이라고 부른다.

작은부리기재를 견양동고개라고도 부르고, 큰부리기재를 하늘재라고 부른다.

 

담양에 여행을 왔다면 급하게 돌아 갈 것이 아니라 관방제에 심어진 나무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지금의 정치인과 옛날 정치인이 민(民)을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를 직접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기왕 나선 김에 관방제 건너 죽녹원에서 펼쳐지는 올 곧은 대나무와 관방재와 연결 선상에 있는 매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도 둘러보는 것이 담양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하며 시간이 된다면 옛 선비들의 모습을 오롯이 볼 수 있는 정자문화의 산실인 가사문화권과 소쇄원을 둘러보고 나서 담양의 떡갈비로 몸을 채우고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죽엽 청주로 입가심을 하고 담양을 떠난다면 영원히 기억되는 추월산 산행이 된다.

추월산행을 하면서 2년 전 산행을 같이 했던 목포횟집 백구가 너무나 궁금하였는데 마침 앞 마당에서 나무를 심고 있던 식구을 불러 "안녕하세요?. 백구!. 어디있어요?."하고 물으니 대답대신 손으로 가리키는 쪽을 보니 백구가 꼬리가 떨어지도록 꼬리를 흔들며 언덕 너머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2년이 훨씬 지났기 때문에 혹시나 하면서 백구의 소식을 물었을 때 살아있다는 것만 알고 산을 내려 왔는데 반갑게 꼬리치는 백구를 보니 마음도 한결 가볍게 담양호를 따라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시원하게 달릴 수가 있었다.

 

산행코스:

추월산주차장--갈림길(공덕비탑)--제2등산로(신선대)--보리암상봉(691m-제1등산로,사자바위, 보리암방향)--685봉(제3등산로시작)--전망바위--갈림길(월계고개)--추월산정상(731m,추월바위,밀재방향)--월계고개(제4등산로시작,월계리방향)--736봉--하늘재(복리암,뒷골방향)--수리바위--수리봉(726m)--갈림길(제5등산로시작,복리암정상.복리암마을방향)--715봉--무능기재(제6등산로시작,견양동암갈림길,깃대봉704m,천치재방향)--문바위골--추월폭포--견양동(물통골방향)--견양제--부리기고개(용치,작은부리기고개)--국도(보도25분)--추월산주차장(약8km, 약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