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장성 제봉산과 귀바위( 626봉,이재산성 09.06.17)

깔크막 2009. 6. 18. 21:59

 장성 귀바위 602봉 가는 길

 

주중에 쉬는 날이면 집에서는  심심하기가 쉽고 자칫하면 개으름을 피우다 종국에는 소파에서 늘어지게 잠이나 자기가 쉽다.

집을 나서 1번국도를 타고 장성읍내에 있는 중앙초등학교 옆구리의 골목길을 올라 주차하고 빗기샘약수터에서 시원하게 약수 한잔을 마시고 10시가 넘은 시간에 이재산성과 귀바위가 있는 626봉에서 불태산의 큰재를 건너 서동으로 내려가 운동폭포를 찾아보려고 계획을 하였으나 원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602봉 정상에 있는 삼성산(대동여지도에 의해)이암정에서 회귀하기로 했다.

 

잘 정리가 된 산책길을 따라 제봉산을 향하여 오르다 보니 입구에서 솔나물이 한창 피고 있었고 자그마한 화단에 삼지구엽초, 처녀치마, 노랑상사화,  매발톱이 있었고 털머위가 산책길을 따라 가지런하게 심어져 있었다.

제주도의 털머위 보다는 색이 진하지 않고 덜 번쩍거려도 한 여름에 쳐다보면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더워 모자를 쓰고 산행길을 나서다 보니 곳곳에 나무의 이름표가 달아져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아주 쉬운 나무에만 똑 같은 이름표가 자주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일을 한 사람은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 같은 흔적이 없고 그저 쉽게 임무를 이행해 버린 것 같은 인상이 들었다.

조팝나무에 써리나무라고 붙혀 놓지 않았는가 하면 이정표도 길을 지나쳐 심어 놓으니(샘터 가는길)성의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코팅된 종이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이름표를 더해준 고마운 사람의 흔적도 볼 수가 있었다.

오리나무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큰 것은 흉고가 90cm~1m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것도 있었으며 오리나무가 키도 크고 활력이 있었고 쉼터의 느티나무는 이제 완전하게 천년을 살 요량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위의 층층나무는 유난히 열매를 많이 붙이고 있었다.

턱 밑까지 차는 숨과 이마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땀으로 인하여 배낭에 담아만 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땀을 훔치기도 했다.

옛날 서울로 가는 길을 지나 본격적으로 귀바위에 오르는데 주변에 왠 자리공이 그렇게 많이 자라는 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고  대부분이 주변이 나무로 막혀 있어 더욱 답답하였으나 어쩌다 터진 곳으로 바라보니 안개속에 용진산의 석봉과 토봉이 아주 희미하게 보였고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옷과 모자 사이로 땀이 줄줄 흘러 내렸고 바지마져 땀에 거추장스럽게 추적대며 바람 한점 없는 귀바위와 이재산성 가는 길이 의외로 힘들고 어려웠다.

 이재산성으로 가기 위해 샘터를 가보니 조그만 대통에 물이 겨우 나오고 있었고 그래도 하늘을 향해 기상있게 솟아오른 참나무 밭은 무척이나 시원하였다.

길가에 예초작업을 하면서 털중나리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아름다운 마음씨도 볼 수가 있었고 소나무와 참나무가 브이자 계곡에서 산등성이까지 줄기차게 이어져 산은 넓고 골은 굉장하게 깊어 이재산성의 모습을 상상 할 수가 있었다.

귀바위에는 부처손이 세월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듯이 나이 든 성성한 노인을 보는 것 같았으며, 가는 길에버찌도 따먹고 산딸기도 따 먹고 숲의 나무를 심은 일등공신 이야기를 하면서 도란대다 보니 이암정에 도착했다.

 이암정 옆으로 보이는 불태산 능선을 바라보며 불태산의 매력에 빠져 오늘도 그 언저리끼지와서 불태산을 바라보고 큰재를 통해 서동으로 내려가려던 계획이 허사로 되었지만 진원성에서 타고 오르는 바람이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불태봉 정상보다 제2봉인 삿갓봉이 더 높아 보이는 불태산의 능선이 꾸물대며 나옹암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불태산이 아닌 다른 산을 통해 불태산의 구석구석을 멀리서 바라보는 또 다른 맛에 취해 이암정에서 잠을 청해본다.

 

 

 

동행한 일행이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시간도 여유있으니 많이 쉬었다가자며 한 숨 잘것을 권한다.

땀을 많이 흘렸고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니라 아마 내 얼굴에 피곤이 주렁주렁 달렸는가 를 상상하며 상쾌하게 부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한 낙의 달콤한 유혹을 즐기고 나니 벌써 3시 30분이 되었다며 나를 흔들어 깨우며 다음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면서 귀바위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