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우리동네 이야기

정자와 느티나무

깔크막 2015. 6. 26. 13:59

정자와 느티나무

 

정자와 느티나무가 묘하게 운전하며 지나가는 나의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면서 주변의 지리를 대충이라도 알기 위해 가까운 염산면 두우리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보지 못한 한적한 시골길을 선택하여 돌아오다 동네 옆구리 언덕배기에 서 있는 정자와 느티나무를 보았다.

운전을 하면서 획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느티나무가 오래되었다든지 아니면 정자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다만 동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였고 차량의 통행은 거의 없는 곳이지만 동네와는 도로 때문에 단절되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정자와 느티나무가 꽤나 조화를 뽐내는 은근한 매력이 있었다.

바쁜 농사철이라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었었지만 아니 요즘 시골이 거의 대부분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지만 그 흔한 강아지 한마라도 지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만해도 높은 정자에 앉아 시 한수 읊는 정갈한 노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으며,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정자와 느티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을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는 듯했다.

우리에게 정자란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이 정자에서 동네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동네에 들어간다는 통과의례적인  승낙을 받는 곳이었다.

정자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쉬는 곳이었고,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회의 장소였으며, 시를 읊고 노래하는 곳이었다.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강학하던 곳이었다.

느티나무가 더 커 사람들이 경외하기 시작 할 정도면 쉼터로는 부족하여 제사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집안의 행불행 때마다 느티나무에게 감사하는 종교적인 위치에 있었겠지만, 지금 이곳의 느티나무는 경외하기에는 좀 왜소하여 보였다.

무더운 한여름 밤낮으로 사랑방 역활을 하였을 정자를 짓고 심었을 느티나무가 세월을 나이테로 모을 때 보여줄 아름다움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느티나무가 작아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늘은 물론 바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면서 땀에 젖은 농부가 편한하게 오수를 즐길 수가 있는 곳이다.

(정자와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