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담양 삼인산 가는길

깔크막 2005. 12. 19. 10:02

 

눈에 가려서 눈이 보이 않는 눈길을 찾아 삼인산을 오르기로 했다.

삼인산에 오르면서 느끼는 감정은 갈 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산에 오르면

눈 앞에 쫘악 펼쳐진 담양들녘의 모습에서 삶의 역동감과 삶의 아름다움을 본다.

한 쪽에는 소나무 숲이 어울러져 있고 다른 한 쪽은 잡목 숲으로 어울어져 있으나

유독 참나무가 돋 보이는 숲이다.

이 숲에 들어서면 급했던 마음이나 조바심이 싸악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사계절 내내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숲을

찾고는 하는데 어느덧 숲을 경외하는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좋은 숲이 곁에 있어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거창하게 수백년 묵은 숲이 아니더라도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어울어져

있는 계곡과 잘 닦이지 않는 산책길이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우리는 산에 가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을 우리는 사투리로 깔크막이라고 부르면서 정겨워

한다.

깔크막 효과는 오스트리아의 한 의사의 임상실험에서도 밝혀졌듯이 당뇨환자에게

아주 유용한 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용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뇨치료에 아주 좋은 물질이

내리막길에서 많이 분비된다고 하니 건강 삼아 깔크막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행정마을에 가면 커다란 노거수가 마을나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고 있다.

물론 위의 나무는 아니지만 느티나무2그루와 버들나무(?)한 구루가 보호수라는

비석을 발 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는 모습이 새로 지은 정자 때문에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 서 있는 기분이다.

버들나무로 보이는 나무는 상처를 치료한 흔적이 미쳐 다 꿰메지 못한 무엇처럼

사방에서 몸통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들어 내고 있고, 관방제림의 음나무처럼

육중함과 위엄은 없어도 용감하고 씩씩한 기상을 뽑내는 젊은 음나무에게서 희망을

찾아보기가 쉽다.

눈으로 허리 꺾인 대나무가 많은데 이 마을에서는 아주 작은 가늘고 키도 작은

대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길가에 길게 누워버린 모습에서 우리네

어머니의 셈세하고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작고 약하지만 꺾이지 않고 이번 눈이 녹으면 부르르 몸을 털며 일어서는 소리가

햇살 가득한 겨울의 정오에는 사방에서 들릴 것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짥고 추운 겨울의 눈 속에서 먹이를 찾느라고 사뭇 야단이다.

4마리가 열심이 먹이 사냥을 하는 모습인데 그림에는 3마리만 담았다.

 

 

멀이 보이는 커다란 산은 눈 보라를 날리면서 몸에 달라 붙은 눈을 털어 내느라고

아주 바쁘게 움직인다.

삼인산 초입에서 바라본 담양의 들녘과 무등산의 모습이 잘 어울려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음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기 좋은 지점이다.


 

참나무와 같이 태양의 열을 담아 열꽃을 피운 탓으로 나무의 몸똥 군데군데에

까만 열꽃을 피운다는 나무가 아직도 잎을 떨꾸지 못하고 눈을 살며시 보듬어 안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이 눈속에서도  빛을 내고 있는데 나무가 없어 민둥산

처럼보이는 산등성이에는 두릅나무가 많았었는데 무심한 인간의 발자욱에

밣히고 꺾여 지금은 어쩌다 보일정도로  삭막해 지고 말았다.

물론 가는 길은 험하고 오솔길 마져 허락하지 않지만 송두리째 꺾어버려 늦은

여름이 되도록 잎을 피우지 못하고 앙상하게 죽어버린 두릅나무를 보면 언제나

씁쓸한 마음이 드는 곳이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눈이라도 녹으면 현호색이 씩씩한 기상을 뽑내면서

하늘에다 골이 떠나가라 할 정도로 나팔을 불어 댈 것이다.

풀솜대, 양지꽃, 애기꽃, 개구리자리, 붓꽃, 진달래, 철쭉,때죽나무가 차례로

골짜기를 밝히면서 나를 반가히 맞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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