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깔크막의 숲 산행 이야기

화순 만연산 가는 길(609m)

깔크막 2008. 11. 27. 12:27

만연산(609m) 가는 길

 

광주에서 너릿재 터널을 막 벗어나면 오른쪽에 정자가 있고 그곳에 모교수가 미술관을 짓느라고 공사가 한창인 입구의 전봇대가 있는 길을 따라서 오르면 옛 길이 나타나는데 포장을 하지 않아서 더욱 정겨운 길이 된다.

오른쪽에 커다란 느티나무 노거수 2그루가 나란히 서 있으며 옛길을 따라 쉬어 갔을 적의 도란대는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아름다운 모습에서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너릿재 옛길에서  시가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느티나무)

 

해맞이 200m라는 입석이 있고 자전거도로로 활용되고 있는 옛길에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 누워버린 느티나무 고목에서 세월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숲에 가면 간혹 자기의 덩치를 버티지 못하고 쿵하고 쓰러진 나무를 볼 때면 숲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몸만 불리다 바람에 밀리고 땅에 밀려 결국에는 숲의 작은 나무에 기대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현 사회의 모습을 떠 올리고는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쓰레기 한 점 없이 잘 관리된 옛 도로의 모습과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심어 겨울의 삭막함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자기의 수명만큼을 산 듯 한 아까시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봄이면 훤하게 피어 줄 벚나무가 길을 따라 줄지어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과 지금의 도로도 아름다운데 단풍나무를 심어 더욱 울창하게 봄부터 겨울까지 아름다운 길이 되도록 인위적인 손길을 보태고 있는데도 어느 하나 어색함이 없다.

우리 소나무의 멋진 모습과 참나무가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숲길에는 적당하게 잘 자란 덩굴식물들이 서로 기대고 보듬어 안으면서 사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그 속에서 인기척에 놀라 펄쩍 뛰며 도망가는 고라니의 엉덩이 모습마저 귀여운 주중의 산행길이 너무나 좋다.

길 아래에서는 안개가 되고 산에 오르면 구름이 되는 세상이 깨끗하게 정제된 모습만 보이는 것 같은 새로운 세상의 숲길에서 하늘 한번 보고 멀리 산 한번 보고 내 발등을 보아도 세상의 모든 허물을 다 감싸줄 것만 같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본격적인 산행을 산등성이를 타고 가다보면 줄사철나무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과 참나무를 타고 오르다 손을 놓쳐버려 공작의 꼬리 날개처럼 활짝 펼치는 아름다운 모습이 해발300m의 산 속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하고 덤으로 마삭줄은 하늘 끝까지라도 오르려는 듯 참나무 목덜미까지 타고 올라 묘한 운치마저 느끼게 한다.

흡판(뿌리)하나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저 높은 곳까지 올라 늦은 봄이 되면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맞기며 하얀 바람개비 같은 꽃들을 이 숲이 멈추지 말라며 다잡지 않고 세상의 순리대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려며 만연산의 봄을 하늘에 고 할 것만 같다.

          

(줄사철나무가 스스로 분재가 된 듯한 모습)              (아름다운 숲 속의 나무들이 얽혀 사는 모습)

 

땅은 보드랍고 낙엽은 자박이는 나의 발밑에서 사그락거리는 초겨울의 낭만을 가슴으로 만끽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 지장산(359m)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대구 모 산악회에서 산의 이름과 높이를 적은 나무 푯말을 나무에 예쁘게 걸어 놓은 덕택에 여기가 지장산이구나를 알게 되었고 몇 번의 거친 숨을 쉬다보면 수레바위산(529m)에 오르게 된다.

수레바위산을 오르기 전에 암릉 구간을 오를 때는 밧줄을 잡고 올랐었는데 이제는 오르기 쉽도록 안전한 계단이 설치되고 있다.

왼쪽을 바라보니 세인봉이 빠꼼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발 밑에는 커다란 곰바위(?)가 앞발을 들고 맛있게 먹이를 먹는 것도 같고 아기 곰을 안고 즐거워하는 어미 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왜 수레바위산이라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아는바가 없어 대답해 줄 수가 없었으나 멀리서 바라보면 수레를 닮지 않았을까?.를 입 속에서만 옹알거리다 집에 와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알 수가 없다.

             

(이름을 몰라 곰바위?.라고 부르고 싶은 바위)              (수레바위산을 오르는 암릉길의 변화된 모습)

 

조릿대 숲도 지나고 철쭉과 진달래의 군락지를 지나다보니 만연산 정상에 올라있었는데 자꾸만 고개를 가로 저의며 정상 표지석을 보라보니 높이가 668m라고 되어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산봉우리가 나타나는데 그곳의 정상표지석에는 609m라고 적혀 있어 종 잡을 수가 없다.

관리하는 측면에서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전망대에 도달하니 한 눈에 조망되는 화순의 시가지 모습과 무등산 정상의 모습과 남으로 힘차게 내 달리는 백마능선의 부드러운 등의 모습이 절경으로 내 눈으로 들어 온다.

밑으로 펼쳐진 유천리와 수만리의 한가로운 목가적인 풍경에서 편한 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장난감처럼 움직이는 염소와 자동차와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동네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들국화마을의 향기로운 향내가 코로 들어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와 깨끗한 공기를 갖고 치유의 숲을 갖고 있는 화순전대병원이 산자락에 커다랗게 앉아 있다.

             

  (정상에서 바라 본 수만리.유천리의 모습)                       (지장산에서 바라 본 세인봉 모습) 

관심이 부족한 탓에 보기는 많이 보았는데도 불러주지 못하는 새가 바위 틈에 앉으려고 푸르르 날아왔다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는 했으나 그래도 여유있게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천인 키 작은 팥배나무의 빨간 열매를 바라보니 아직은 식량창고가 거덜나지는 않을 것 같았고 키가 매우 큰 쥐똥나무의 까만 열매와 찔레열매가 겨울을 풍성하게 해 줄 것 같다.

되 집어 돌아오는 길은 정상으로 가는 길보다는 아주 쉬운데 정상으로 갈 때는 오르는 듯 오르지 않는 것 같은 길이 돌아 올 때는 내려가는 듯 내려가지 않는 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훨씬 편하게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만연산에서 크게 느낀 점은 다른 곳에는 낮은 산지에서 볼 수 있었던 덩굴식물이 300m~500m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그 자람도 여느 산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활발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갖고 있다.

왕복 7시간(약14km)의 산행이 피곤하지 않고 생각하며 걸을 수가 있는 여유있는 길이 펼쳐지고 도심에서 가까운 산이라고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참으로 아기자기한 맛과 멋을 품은 산이 만연산이라는 것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