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기름 길러보기
시골살이에 푹 빠져 지낸지도 100일이 넘었다.
100일이라고 해봐야 몽땅 겨울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지낸다는 것은 무조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이 있어 시골살이가 더 좋다.
작년 가을 막바지에 메주를 쑤어 띄우고 말렸다가 정월 말날이 조금 지난 날씨 좋은 날에 간장을 담아보았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 옆에서 늘 거들고 심부름하고 했던 것들이 저절로 내가 좋아하는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이제 알았다.
초석잠을 수확하여 장아찌도 담그고 염장도 하였고 텃 밭에 심겨진 마늘도 봄이 되기 전 부터 비료도 두차례나 주어서인지 밑동이 매우 실하여 수확하는 기쁨이 클것이라는 생각도 앞선다.
엿기름은 가을에 겉보리로 길러 추운 낮밤을 황태 말리듯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훨씬 더 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3월이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보리를 깨끗하게 씻고 돌을 골라내는 작업과 깨진 보리를 추려내는 작업도 하였다.
깨끗하게 씻지 않고 엿기름을 길렀을 때 그 엿기름을 사용해서 만든 모든 음식은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야한다.
엿기름 기르기
1.보리를 깨끗하게 씻고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2.하루 정도를 물에 담가 충분하게 보리가 불도록 한다.
3.다음날 재래식 옹기 시루(물이 밑으로 빠질 수 있는 용기나 그릇) 바닥에 면포를 깔고 시루에 절반
정도가 되도록 붓는다.
4.첫날과 둘째날은 하루 4~6회 정도 충분하게 물을 준다.(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5.셋째날은 보리가 뿌리를 내려 엉켜있으므로 잘 뒤집고 털어준다.(뿌리가 1~2개이거나 보리싹이 1~2mm 정도)
6.넷째날은 미쳐 물을 주지 못했을 경우에 시루속의 보리가 매우 뜨거우므로 물을 4~6회 주어야하고 이때 뿌리는 3~5개까지 자라고 싹은 1cm 정도가 된다.
7.싹이 1cm 정도 되었을 때 커다란 통에 옮겨 담고 3~4번 깨끗하게 씻어 말린다.(씻지 않고 말리면 식혜을 만들었 때 냄새가 좋지 못하다, 씻을 때는 새싹이 떨어지지 않도록 물에 흔들 듯 씻는다.)
(*.보리는 저온 발아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물을 다루기 쉬운 곳에서 기르면 좋다. 발아를 돕는다며 냉 장고에 3일 정도 넣었다가 기르기도 하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가끔 겉보리로 엿기름을 기를 때 물 위에 뜨는 쭉정이를 모두 건져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쭉정이도 발아가 잘 된다는 것을 길러보면 알 수있다. 심한 쭉정이만 건져내고 담으면 된다.
*.보리 수확시 탈곡기의 회전수를 높혀 수확한 경우에 보리가 쪼개지거나 눈이 다쳐 싹이 트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 저속에서 수확한 보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눈으로 보았을 때 깨진 보리가 많을 경우에 씻을 떄 돌을 걸러내는 작업을 할 때 신경을 써서 이루면 상당 수의 쪼개진 보리를 걸러 낼 수 있다.
*.엿기름을 기르는 시간이 짧고 기르는 시기에 기온이 낮아 쪼개진 보리가 썩을 염려는 거의 없지만 걸러내지 못 할 정도로 많았다면 엿기름을 길러 씻을 때 바닥에 가라 앉으므로 그때 버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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