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우리집에는 연지꽃이라는 꽃이 아름다운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밥테기나무라고 부르던 나무도 있었고 탐스럽게 고봉으로 담은 밥그릇에 꼭 쌀밥 같았던 함박꽃나무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아주 많이 지난 지금에야 이들의 진짜 이름을 알았습니다.
연지꽃나무는 명자나무였는데 열매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명자나무도 여러가지가 있던데 그 중 한 가지 였다고 생각되고. 연지꽃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아마 꽃색이 건강한 여성의 입술색 처럼 맑은 빠알간색이라 그렇게 불렀나 봅니다.
열매도 잘 익으면 아주 빠알간 색으로 맛도 좋고 향도 좋던데 왜 우리집의 명자나무는 열매가 없었을까?.
궁금해 집니다.
밥테기나무는 박테기나무로 그래도 비슷하게 불러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박꽃나무라고 불렀던 그 나무는 나무수국이었는데 참 소담 하고 하얀색의 꽃송이가 무척이나 깨끗했던 꽃이었는데 일본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그 옆에 집 안에는 심지 않는다는 때죽나무도 봄이면 하얀꽃을 주렁주렁 매달 듯이 피었고 푸대추라고 부르면서 까맣게 익은 열매를 입이 터져라고 먹었던 그 나무는 까마귀벼개나무였습니다.
그 옆에 파리똥이라고 불렀던 빨간 달콤한 열매도 많이 생각 납니다.
유난하게 나무를 좋아 하셨던 아버지 덕택에 맛있는 열매도 따 먹으며 어린 시절 동심을 키웠나 봅니다.
그 시절 아버지께서는 나무에 대하여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던 덕택에 자연스럽게 식물을 접 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아버지께서 안 계십니다.
그렇게 많았던 나무들도 70년대에 질풍노도와 같이 몰아 친 새마을사업이라는 근대화의 물결에 휩싸여 골목길 넓힌다고 베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속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집에 나무를 심어 봅니다.
무환자나무와 멀구슬나무와 비파나무와 호랑가시나무와 금식나무와 동백나무와 남천과 차나무와 오죽과 오가피나무를 정성스레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심었습니다.
그 밑에 자금우도 산호수도 말똥비름도 기린초도 금낭화도 박하도 심었습니다.
장미를 타고 오르는 으아리도 매발톱도 호범의꼬리도 심었습니다.
그 나무들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를 봅니다.
산에서 들에서 아버지의 추억이 어린 나무나 풀을 보면서 괜히 눈시울을 적시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