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에 피마자는 집 안 삼 밭(삼을 심었음) 가장자리를 언제나 차지하고 있었다.
가끔은 단수수에게 자리를 내 준 적도 있었지만 내가 한 참을 컸을 때도 그곳에 피마자는 그대로 있었다.
왜 집 안의 양지 쪽 밭 가장자리에 피마자를 심었을까?.
피마자 잎은 토란잎 처럼 삶아서 말려 묵나물로 만들어 놓으면 일년이 걱정이 없다고 어머니는 말씀 하셨다.
피마자는 집 안에 심어 놓고 잎을 채취하여 묵나물로 아무 때나 만들기 쉽지만 토란은 일 년에 딱 한 번
줄기 째 채취하여 말려 보관하고 토란잎은 그냥 말려 두었다가 먹을 때 삶아서 우려내고 나물로 먹었기
때문이고 피마자잎은 삶아서 묵나물로 만들어야 하였기 때문에 묵나물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집안에
심어 놓으면 일에 대한 효율성이 훨씬 뛰어 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것을 알기 까지는 사십 년도 넘었고 숲과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야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잎도 잎이지만 씨는 기름덩어리.
피마자!. 아주까리!.
주암 댐 안 쪽에서 염소농장을 하시는 분이 만들어 주신 피마자잎 나물을 먹어보면 토란잎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구수한 참기름의 향기와 꼬들꼬들한 피마자의 향이 염소고기를 싸 감고 목 안을 넘어 갈 때 그 순간은
천상을 얻은 기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