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돼지감자) 이야기
뚱딴지(돼지감자)이야기
50~40년 전에 돼지감자를 캐서 모닥불에 구워 먹어 본 기억이 있으며 그 맛은 심심하고 감자보다 훨씬 물렁물렁했고 구웠으나 고소한 맛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이름이 뚱딴지라는 것을 아주 늦게 알았고 볼품없고 맛도없는 덩이뿌리를 갖고있는 돼지감자가 해바라기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으며 그 고향이 남아메리카라는 것도 알았다.
1960년대 이전에는 구황식물의 하나로 서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던 식물이었으나 급격하게 식량산업이 발달하면서 숲의 가장자리 구석이나 밭두렁 귀퉁이의 조각난 땅에 근근히 자라면서도 가을만 되면 노란꽃을 피웠으나 사람은 물론 짐승에게도 외면을 받으면서 긴 대궁만 남기고 차가운 겨울을 맞았던 식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해바라기 처럼 훌륭하지 못한 꽃을 피우며 서 있는 뚱딴지를 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돼지감자를 구워먹고 쪄 먹던 어렸을 적을 추억하면 삐비를 뽑아먹으며 껌을 만들고 찔레의 새순을 따 껍질을 벗겨 맛나게 먹었고 소나무의 줄기를 뚝 분질러 겉껍질을 벗겨내고 뜻도 모르며 생키라며 맛나게 흐르는 달디 단 수액과 속의 하얀 껍질을 이빨과 입술을 동원하여 긁어 먹었다.
그 시절의 겨울이 되면 우리에게는 토굴속에 저장된 고구마와 토란과 무우 이외에는 먹을 것이라고는 항아리에 묻어 논 홍시밖에 없었다.
홍시는 우리가 탐하기에는 너무나 철통같이 지키는 바람에 감히 쳐다 볼 수도 없어, 모닥불을 피워 놓고 고구마나 토란을 구워먹고 그것도 없으면 돼지감자를 캐서 구워 먹고는 했다.
어린시절의 길고 긴 겨울을 나는 방법으로는 하루종일 제기차기, 얼음판에서 팽이치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자치기, 나이먹기, 긴 대나무를 통으로 잘라 발에 맞추어 스키처럼 만들어 타고 신작로에서 스키타기, 얼음판깨고 송사리잡기, 집에서 훔쳐온 고구마 구워먹기를 하며 놀았다.
하루 종일 찬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놀다보면 한낮이 되기도 전에 허기가 몰려오는 것은 당연한데 이때 손쉽게 먹을 것을 구하는 방법으로는 뚱딴지(돼지감자)를 캐 구워 먹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젖은 나무로 인해 냉갈이 펄펄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입과 코에 새까만 검뎅이를 묻혀가며 돼지감자를 구웠다.
돼지감자의 뿌리는 깊이 들지 않는 것으로(자연상태)알고 있는데 근래에는 캐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어렸을 적에는 호미도 없이 굵은 나무가지를 날카롭게 분질러 돼지감자를 캐 구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도 돼지감자의 대궁을 잘도 찾아내 꽁꽁 언 땅을 뒤집으며 깔깔대던 시절에나 먹었던 돼지감자가 요즘에는 귀한대접을 받으며 농경지에서 어엿하게 재배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세상은 많이 변했다.
먹을 것이 없었을 때도 천대를 받았는데 돼지감자가 먹을거리가 차고 넘치는 지금에와서 오히려 더 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니 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뚱딴지(돼지감자)가 맛이 없어 오죽하면 돼지나 먹는다는 뜻으로 감자 앞에 돼지를 붙이는 신세였는데 그 돼지감자를 시골에 가면 캐러 다니는 사람을 늦가을에 가끔 만날 수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이 돼지감자라고해서 캐다가 돼지에게 주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먹는다.
효소로도 만들고 구워도 먹고 쪄도 먹고 요즘에는 먹는 법도 아주 많다.
모두가 병든 몸을 치료하여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싶어 자연산을 캐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다보니 군락으로 자라던 시골의 돼지감자가 흔적을 찾지 못하고 없어지고 있다.
흙속에 돼지감자 한 두알 정도만 떨어뜨려 놓아도 다음해 가을에 어김없이 볼품없는 숲의 가장자리에 샛노란 예쁜 해바라기꽃이 필 텐데 아쉬움이 든다.
자연에서 나서 온전히 자연의 힘으로키운 돼지감자를 꼭 한 두알 정도를 남겨두는 배려도 잊지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