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크막 2008. 9. 23. 13:24

비래산을 찾아가는 길은 쉬운 듯 하였지만 결국은 중간에서 물어야 갈 수가 있었다.

목사동면 농협에 들어가니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 준 덕분에 구룡마을까지 쉽게 갔으나 사방을 둘러 보아도 비래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보이지가 않았다.

동네 주민에게 비래산 가는 길을 물어보니 없다라고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말하고는 돌아서버리는 주민 뒤로 또 다른 주민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

산행 안내 지도에도 나와 있고 곡성군청 홈 페이지에도 자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었으며, 최근의 정보에도 비래산을 다녀 왔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올라 갈 수가 없다고 말 하는 주민에 따르면 산행로를 정비하지 않아서 오를 수가 없으며,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산행로는 잡풀로 뒤 덮혀 있어 갈 수가 없으니 삼산을 오르라는 것이었다.

별도리가 없어 뒤 돌아서며 삼산 가는 길을 물어보니 수곡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가면 길이 있다라는 설명을 듣고 수곡마을 입구에 손바닥만한 입간판이 여기가 삼산 가는길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비래산을 가기 위해 정보를 찾던 중 임도 끝에 씨맨트 포장도로와 비포장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는 글귀가 기억 속에 있었는데 입간판에 임도 끝 2.9km라는 안내가 있어 무작정 임도를 따라 들어가니 흐르는 계곡의 물을 동네에서 식수로 사용한다는 빨간 페인트 글씨가 보였다.

직감적으로 자동차는 더 이상은 들어 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식수로 사용한다는 곳을 비껴 주차하고  아무 생각 없이 오르막 포장도로가 산행의 초입으로 생각하고 한참을 가다보니 갑자기 길이 산아래를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팀과 그냥 가보면 산허리를 돌아 올라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팀과 의견이 분분할 때 아래에서 코란도 승용차가 붕붕 거리듯 헐떡이며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 산행은 뭔가 처음부터 꼬이고 꼬여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비가 온 뒤라 망설이며 여수와 순천에서 부부동반하여 새벽 같이 달려 온 두 부부에게 괜히 미안해 지고 일행들은 오로지 안내자인 나만을 믿고 묵묵하게 같이 해 주고 있었는데 마음만 바빠졌다.

주차한 곳의 오른쪽으로 포장 안된 임도가 삼산 가는길이라는 것을 안내 받았을 때 괜히 곡성군청과 목사동면 직원들이 미워지기도 했다.

임도를 따라 가고 있다는 표현보다 수풀을 헤치고 간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또 손바닥 만한 입간판과 나무에 달린 헝겊 몇 조각이 산행로의 초입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삼산에 오르는 길은 평탄하고 생각을 하면서 걸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좋은조건을 갖추고 있는 산행길이 되고 있었다.

구르는 바위와 돌과 나무들은 이끼로 천년 세월을 말하고 있었고 입구에 군락으로 피어있던 나도송이풀. 히어리 .박새군락 매미풀꽃군락 투구꽃인가 진범인가 모르지만 그동안 잘 보지 못 했던 야생화가 마지막가는 여름의 끝자락에 매달려 쉽싸리와 며느리밥풀꽃 사이로 억새와 꽃을 털어 낸 기린초가 더덕의 향기를 몰고 숲 속을 진동 시키고 있었다.

멀리 미역취와 분취 그리고 설마 이곳에 곰취까지를 외치며 조금은 흥분하고 말았다.

발 밑에 별꽃 종류와 가는 곳 곡에 습지가 많아 조용하게 아주 천천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밑에서 부터 솟구쳐 올라왔다.

진하디 진한 솔향을 맡으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고 있는데 이번에는 편팩나무 조림지가 눈 앞에 펼쳐지며 삼산의 매력을 한 껏 뽐내고 있었다.

산 가장자리에 두루미천남성의 빨간 열매를 보며 저녀석이 탄생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벌레가 희생을 당 했을까?.를 생각하니 자연의 귀함과 사는 방법의 신비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아까까지의 불편했던 심기는 눈 녹아 없어지듯이 사라져 버리고  새롭게 보는 이름모를 야생화의 모습에서 사람의 발 길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구절초나 쑥부쟁이는 가끔 가다가 어쩌다 있었지만 산행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직장인들의 쌓인 스트레스 해소로 가장 좋은 산행길이라는 정보 제공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고 하려는데 맨 앞의 길잡이가 더 못 가!.그만 내려가자고 볼 멘 소리를 하는데 길이 잡풀과 산딸기덩굴로 막혀 버렸다고 몽둥이로 산행길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여 곡절 끝에 삼산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도 잡풀이 가슴을 넘게 자라 더 이상은 갈 수가 없었다.

정상에 똑 같이 작고 볼 품 없는 입간판이 비래산 가는 길을 가르키고 있어 혹시나 하고 길을 찾아보니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입구에서 부터 엄두가 나지 않아 하산하기로 �다.

비록 길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많은 기쁨을 준 산으로 기억이 남겠지만 나머지 일행은 나와 취미와 생각이 달라 어떤 불만을 목에 가두고 하산하였을까를 생각하니 안내자인 내가 사전에 답사하지 않고 곡성군청의 자료와 정보의 바다에 흩어져 있던 정보만 가지고 산행을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다음 단풍산행을 기대해도 좋다고 큰소리 펑펑치고는 돌아왔다.